[기자수첩]기업만 몰아세운 절전경영 선포식- 김정유 정치경제부 기자

입력 2013-06-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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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치는 사람 따로 있고, 수습하는 사람 따로 있다.’ 최근 원전 비리 사태로 전력난 속에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의 상황을 한 줄로 함축한 말이다. 마땅히 수습을 해야 하는 쪽은 정부지만 매번 그 반대가 되고 있다. 사고는 정부가 치고 수습은 기업과 국민이 하는 모양새다.

19일 국내 15개 업종별 대표기업들이 모여 개최한 ‘절전경영 선포식’도 마찬가지다. 올 여름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절전경영에 나서겠다는 것인데 ‘자발’이란 단어가 여기에 쓰이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사상 초유의 전력난이라는 상황만 연출되지 않았다면 기업들이 모이는 이 같은 행사도 열릴 이유가 없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다고 포장하는 모습. 씁쓸하기 짝이 없다.

여기에 기업들은 8월부터 최대 15%까지 전력 감축을 골자로 한 의무절전에도 참여해야 한다. 대규모 공장을 돌리는 기업들에 앉아서 돈을 까먹으라는 소리다. 한쪽에선 수출을 살리겠다고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절전 강요로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모습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민도 피해를 입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시민들은 ‘전력난 극복’이라는 ‘강요된’ 명분 때문에 무더위 속에서도 냉방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며 눈치를 봐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됐다. 올 한해만 특별히 그런 것이 아니고 매년 관행화되다시피 했다는 점에서 울화가 치민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 바람에 정부의 전력대책에 대한 국민 여론도 점차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처럼 그동안 정부가 한 일이 무엇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전력 생산 확대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절전 대책이란 즉물적 처방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그러면서 매번 일이 터질 때마다 기업과 국민에 책임을 전가해왔다. 이런 모습을 보일수록 국민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다 투명한 원전산업, 보다 정확한 전력수요 예측, 보다 책임감 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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