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4월 취임한 김 총재는 선진국 중앙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글로벌 BOK’ 달성, ‘신의 직장’, ‘철밥통’ 등의 수식어에서 탈피, 고위직도 관료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행내 현상논문 참여 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지난 14일 열린 한은 창립 63주년 행사에서 총재로서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기념사를 통해 임기 동안 이룬 성과에 대해 나름의 평가를 내렸다.
김 총재는 한은과 해외 기관과의 공동연구가 2010년 0건에서 2011년 4건, 2012년 20건으로 증가했으며, 올해에는 상반기가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미 20건이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회의 참석자도 2010년 351명, 2011년 412명, 2012년 457명으로 늘었으며, UAE 중앙은행과 MOU를 체결하는 등 ‘글로벌 BOK’를 구축하는 데 한 발 내딛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또 한은의 ‘철밥통 문화’에 일정 부분 변화가 있었다고 봤다.
먼저 바쁜 업무 가운데서도 짬을 내 작성해야 하는 행내 현상논문 응모 편수가 크게 늘어났다. 2011년 38명(23편), 2012년 44명(27편), 2013년 56명(38편)으로 급증했다. 특히 올해는 1~3급 고위직급도 8명(8편)이나 응모해 2012년 5명(5편)보다 크게 늘었다.
그는 또 쉬러 간다는 인식이 있었던 지역본부의 위상을 높였다. 김 총재의 아이디어로 출발한 ‘한국판 베이지북’이 오는 8월 부터 분기별로 발간된다.
‘BOK 지역경제리포트’라는 이름으로 발간되는 이 보고서는 수치 위주로 작성된 기존 보고서와 달리 스토리 형식으로 지역경제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 총재의 ‘실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은 관계자는 “김 총재가 오고 한은 직원들이 일을 더 많이 하게 된 것은 분명하나 그가 제시하고 강조한 것들이 중앙은행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데 의미가 있는 일인지는 의문”이라며“무엇보다 중앙은행으로서 가장 중요한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려 내치(內治)와 외치(外治) 모두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