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시장에서 역전의 명사는 단연 일본·가치주·리츠펀드다. 2011년 열도를 뒤덮은 대지진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에 허덕이던 일본펀드는 엔화약세 바람을 타고 올 들어 35%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안정성을 고집하는 가치주펀드는 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글로벌 부동산 경기 회복 기대감에 리츠펀드 역시 재조명 받고 있다.
◇엔저·변동장세·부동산 회복에 ‘안성맞춤’
일본, 가치주, 리츠펀드는 펀드시장 침체 속에서도 쾌재를 부르고 있다. 27일 에프앤 가이드에 따르면 24일 기준 일본펀드의 연초후 수익률은 35.12%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엔저(低) 부작용 우려에 다소 휘청였지만 여전히 전 유형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2년 전 열도를 뒤흔든 ‘3·11 대지진’으로 경제마비 우려감이 확대되며 엑소더스(대규모 자금 유출) 가능성까지 대두됐던 것과는 상반된다. 시장에 돈을 풀어서라도 경기부양에 올인하겠다는 ‘아베노믹스’ 효과가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가치주펀드의 경우 5.89%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주식을 적극적으로 담은 액티브(-0.09%)와 시장 흐름을 따라가는 인덱스(-2.84%)를 크게 상회한다. 대외 악재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가치주들이 선전한 덕이다. 이에 가치주펀드는 연초후 7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전 유형 가운데 자금유입 규모 1위다.
마지막으로 리츠펀드의 경우 연초후 수익률이 7.58%를 기록하고 있다. 기타 유형을 제외하고 글로벌, 아태, 일본 등 ‘알짜’만 추리면 18.40%에 달한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부동산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수익률 호조 앞으로도 계속될 것”
전문가들은 일본, 가치주, 리츠펀드의 수익률 호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비중확대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리츠다. 올 3월 미국의 기존 주택 평균 판매가격(18만4300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12%나 뛰어올랐다. 2005년 11월 이후 무려 7년 4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미국 주택시장의 대표적 가격지표인 S&P ‘케이스-실러지수’는 지난해 한해 동안 6.4% 올랐다. 일본 역시 ‘아베노믹스’ 이후 유동성이 확대된데다 경기회복 기대감에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땅 값이 오르고 있다.
황진수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리츠펀드 장단기 수익률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수익률 추가 상승이 기대되는 만큼 미국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볼 만하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주 선전으로 성장형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유럽경제 회복 지연, 미국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치주펀드의 안정성 매력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가치주펀드는 저평가된 옐로칩 위주로 투자한다”며 “이런 종목은 중소형주와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약세장에서 탁월한 방어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본펀드이다. 최근 일본 장기국채 금리 급등으로 ‘아베노믹스’ 부작용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실제 일본증시가 급락한 지난주 이후 각 증권사 지점에는 일본펀드 투자전략을 알아보려는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 조정 우려와 펀드 수익률 단기급등 부담감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호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라며 “그러나 일본정부의 적극적인 대처 노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