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를 ‘노무현의 아바타’로, 박 후보를 ‘박정희 유신독재의 딸’로 각각 낙인찍어 상대방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정치쇄신’ 을 내걸며 상호비방을 자제하자고 했던 두 후보 모두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몰두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이 이날 오전 내놓은 논평은 박 후보 캠프 인사들의 비방 일색이다.
문 후보 측 허영일 부대변인은 “유신독재세력을 대표하는 박 후보 본인과 김종필 전총재,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세력을 대표하는 신한국당의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인제 의원, 차떼기세력을 대표하는 한나라당의 이회창 전대표 등이 함께 모여서 말하는 대한민국의 앞날은 생각만 해도 암울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공동책임을 져야할 박 후보가 반성하기는 커녕 과거의 수구세력까지 모두 끌어 모아 벌이는 ‘그들 만의 잔치’는 ‘국민들의 눈물’이 될 게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 후보를 한 데 묶어 공동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박 후보 측 인사를 ‘수구세력’으로 몰아붙여 ‘과거 대 미래’ 구도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후보 측 박선규 대변인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어쩔 수 없이 선거가 되니까 상대방에 대한 공격 포인트는 가져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박 후보에 대한 공격이면 괜찮은데 언제까지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를 잡고 공격할 건지 모르겠다. 궁색하지 않냐”고 따졌다.
이어 노무현 정부 당시 대학 등록금과 부동산 폭등 사례를 언급하며 “그 때 2인자였던 (문 후보는)그 부분에 대해 염치가 있어야 한다”면서 “5년 전 역사의 과오를 자인하고 스스로 폐족이라고 불렀던 집단의 최고 책임자”라고 몰아붙였다.
특히 이번 대선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후보들이 네거티브의 유혹에 빠져들기 쉬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양측이 네거티브 전략을 통해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측은 전날에도 마이크를 잡자마자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며 정면충돌했다. 박 후보는 대전역에서 “지금 야당 후보는 스스로를 폐족으로 불렀던 실패한 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였다”며 반노 정서를 자극했고, 문 후보는 부산에서 “5·16군사 쿠데타, 유신 독재 세력의 잔재를 대표하는 박 후보가 독재를 찬양하고 미화한 역사인식으로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느냐”며 박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를 언급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네거티브가 심해질 경우 대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 수 있고, 부동층에게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를 유발시켜 투표 참여율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양측은 이날 충청지역에서 중원혈투를 벌였다. 박 후보는 전날에 이어 충청과 경기남부 지역까지 훑었고, 문 후보는 박 후보의 동선을 따라 대전·충남 지역을 돌며 맞불 유세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