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세리(35ㆍKDB금융그룹)도 LPGA투어 통산 25승을 기록하는 동안 홀인원은 단 한 차례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2008년 CN캐나디안여자오픈에서 기록한 홀인원이 유일하다.
양용은(40ㆍKB금융그룹)은 홀인원 한방으로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지난 2008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Q스쿨 2차전. 4개 홀을 남겨뒀지만 커트라인보다 4타나 많아 시드 획득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양용은은 기적과 같은 홀인원을 성공시켰고, 이후 연속해서 버디와 이글을 잡아내며 미국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2009년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 경기에서 홀인원과 알바트로스를 함께 기록한 선수도 있다. 지난해 7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스탠리레이디스 1라운드. 아리무라 치에(일본)는 8번홀(파5) 알바트로스에 이어 16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결국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아리무라는 두 홀에서만 5타를 줄이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홀인원이 모든 선수들에게 유쾌한 추억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지난 9월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화금융 클래식 2라운드 17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국가대표 아마추어 서연정(17ㆍ대원여고2)은 홀인원에 대한 기억이 좋지만은 않다.
홀인원 경품이었던 2억7700만원 상당의 고급 승용차 벤트리 지급을 놓고 KLPGA와 대회 주최사의 의견 충돌이 일어나면서 사태가 갈등양상으로 번져갔기 때문이다. 결국 홀인원을 기록한 서 선수가 경품 수령을 포기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처럼 프로골퍼들은 홀인원 한 번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지만 아마추어 골퍼들의 홀인원 에피소드도 프로 못지않다.
장유식 의정부 가능골프연습장 대표는 홀인원을 세 차례나 경험했다. 첫 번째 홀인원을 기록한 날은 골프장으로 이동 중 자신의 차 안에서 홀인원 꿈을 꾸었다는 여성 동반자로부터 만원을 주고 그 꿈을 샀다고 한다.
세 번째 홀인원은 공교롭게도 첫 번째 홀인원을 기록했던 홀에서 같은 클럽으로 기록했다. 장 대표는 “홀인원을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나와 궁합이 잘 맞는 홀 같다”며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설 때마다 이상할 정도로 편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학기 삼신상사 대표는 홀인원 경험보다 홀인원 구경이 많았다. 동반 플레이어의 홀인원을 무려 7번이나 지켜봤다. 7번의 홀인원을 지켜보는 동안 박 대표의 홀인원은 단 한차례에 불과했다.
10여년 전 경기 양주의 송추CC에서 라운드 중 산 중턱까지 올라온 자라를 발견했다. 장마철이라 산으로 올라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크기가 너무 커서 무서운 나머지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함께 라운드를 했던 동반 플레이어는 자라를 조심스럽게 옮겨 연못에 띄워줬고, 곧바로 다음 홀에서 그가 홀인원을 하는 장면을 지켜봤다고 한다.
조성도 ㈜하이데코 대표는 1년 동안 두 번의 홀인원을 경험했다. 평소 아이언샷에는 누구보다 자신감이 있었지만 홀인원을 경험하기까지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홀인원 이후에는 파3홀에 자신감이 붙어 나름의 공략 노하우가 생겼다고 한다.
우선 평상시 연습장에서는 숏게임 위주로 연습한다. 맹목적인 연습보다는 특정 타깃을 설정, 그 목표물을 맞히거나 목표물까지 보내는 연습을 한다. 그렇게 하면 방향성은 물론 거리감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홀인원 경험자들은 무엇보다 꾸준한 연습을 강조한다. 운동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쉬게 되면 기량 향상은 물론 샷 감각도 둔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홀인원을 기대하며 스윙하는 것보다 기본에 입각해서 마음을 비우고 스윙하는 것이 좋다”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룰과 매너를 철저하게 지키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라운드를 즐기는 자세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