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박 씨는 최근 아파트를 눈물의 경매로 ‘땡처리’했다.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던 박 씨에 주어진 건 은행 빛 3000만원었다. 박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달부터 은행권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에 작은 희망을 걸었다. 이자 부담을 낮추고 빚을 장기간 나눠 갚으면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박 씨의 연체 금리는 연 16% 수준. 매월 원금과 함께 약 40만원 가량을 연체 이자로 물어야 한다. 그렇다면 박 씨가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이용하면 얼마나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을까.
은행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략 30만원 초반대로 부담을 덜 수 있다. 여기 대출을 성실하게 상환하면 금리가 최장 6년간 6개월마다 최대 0.5%포인트씩 인하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6년 후가 되면 월 이자 부담이 13만원으로 대폭 줄일 수 있다.
은행권은 지난달부터 박 씨의 사례처럼 단기 연체 중이거나 만기 연장이 어려워 연체 위기에 몰린 대출자들을 구제하겠다는 방안으로 프리워크아웃 제도 확대 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이 서민금융 지원책으로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일제히 시행하고 있다.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은 30일 이내 연체자와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자가 대상이다.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신용도가 있었지만 불가피하게 연체가 발생한 사람들로 한정했다.
국민은행의 프리워크아웃 제도는 대출 만기가 지났지만 상환자금이 없어 연체를 시작한 고객들에 대해 자신이 신청하면 10년간 14.5%의 금리로 분할 상환토록 하는 방식이다. 일단 18%의 연체 금리를 14.5%로 낮춰 부담을 덜어주고 성실상환자의 경우 3개월마다 0.2%포인트씩 인하해 준다. 최저 금리가 6.7%까지 적용된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프리워크아웃 신청 시 최초 14% 금리에 최장 10년 분할상환대출 전환이 가능하다. 성실히 상환하면 6개월마다 0.5%포인트씩 감면돼 최초 이자율의 절반인 7%까지 이자가 내려간다. 하나은행은 연 12~14%의 최장 10년 분할상환대출로 바꿀 수 있고, 성실히 빚을 갚으면 연 6%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
업계에선 프리워크아웃 제도의 확대 시행이 이자에 짓눌린 저소득 취약계층의 빚 부담을 완화하고 개인이나 가계 부채의 연체 위험을 낮추는 데 어느 정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자 감면을 위해 일부러 채무를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