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조사가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으로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공정위는 지난 17일 증권사 10곳, 18일 은행 9곳을 방문해 CD 금리 조작에 관한 대대적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CD 금리에 연동되는 대출규모가 315조원에 달하는 만큼 금융권엔 거센 파장이 일었다.
특히 이들 19개 업체들 중 1곳이 ‘리니언시’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공정위 조사는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이는 리니언시(담합자진신고자감면제)의 특성 때문이다. 리니언시는 담합을 자진신고한 대가로 시정조치, 과징금 등의 제재를 감경 또는 면제토록 하는 제도다. 담합 참여자가 직접 증거를 제출하기 때문에 사정당국은 사건을 확실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권혁세 금감원장이 일부 금융회사가 공정위에 CD 금리 조작을 리니언시 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은행과 증권사 모두 (리니언시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니언시의 효과는 ‘죄수의 딜레마’(공범자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상대의 죄를 실토하게 하는 게임이론)처럼 누가 자백을 했는지 몰라야 효과가 극대화 된다. 하지만 권 원장이 시장에 아무도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흘려준 것은 자진신고의 효과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리니언시 1순위자는 100%, 2순위는 50%의 과징금을 감경 받을 수 있다.
이는 또 2순위 리니언시 지위를 얻기 위해 금융사들이 리니언시 경쟁을 벌이지 못 하도록 권 위원장이 나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리니언시가 시장에서 기정 사실화돼야 공정위 조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데 권 원장의 이번 발언으로 확실한 물증을 잡는데 물이 흐려진 것이다.
권 원장이 이렇게까지 나선 데에는 금융권에서 쏟아지는 비난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금융당국은 CD 금리 왜곡이 심화하면서 지표 금리로서 위상이 실추된 지 오래됐는데도 이를 사실상 방관했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또 공정위 조사로 금리 담합 의혹이 제기되자 마지못해 수습책을 찾겠다고 뒤늦게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