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에서 취미생활을 통해 활기찬 일터를 만들어가는 이들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동료의식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직장생활에 필요한 업무적 능력까지 간접적으로 키우고 있는 것.
KDB산업은행 입사동기로 이뤄진 ‘조조에코’도 그중 하나다. 2007행번의 동기가(歌)를 만드는 과정에서 모두가 학창시절 밴드경험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우연히 결성된 밴드다. 일이 되려고 했는지 각자 경험했던 밴드의 포지션이 모두 달랐다.
김정래(베이스), 정종호(드럼), 유경진(키보드), 김경래(보컬 및 기타)로 밴드는 결성했지만 바쁜 업무와 일상으로 2~3달에 한번 만나기도 힘들었다. 주말에 만나는 것도 각자 가족과의 시간을 뺏는 부분이 있었다. 여기에 밴드 구성원 중 2명이 정책금융공사로 이직하면서 더욱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워졌다.
결국 대안을 찾은 것이 토요일 아침. 합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도 아침 10시 정도이기 때문에 가족들과 주말을 보내는 것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렇게 올 초 연습 시간을 정한 뒤 이후 늦잠을 자고 싶은 욕구를 물리치고 거의 매주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한 신문사가 주최한 직장인밴드 대회에서 처녀출전임에도 순수 자작곡으로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도 토했다.
김 대리는 “훌륭한 팀워크를 위해서는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필요한데 밴드를 통해 이런 것을 배우고 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다”며 “특히 자작곡을 만드는 작업 과정은 직장생활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팀원 간 혹은 타부서와의 의견 조율로 합의물을 도출해 내는 과정과 매우 흡사해 직장생활에 지혜를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장에서는 일 잘하는 직장인으로, 토요일 아침에는 로커로, 가정에서는 가정적인 아빠와 배우자로 매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다. 은퇴 후에도 멤버들이 모여서 연주를 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우리은행의 스킨스쿠버다이빙 동호회도 직장생활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바다 속에서 산소가 떨어졌을 때 함께 공기를 나누며 수면으로 부상하는 ‘버디’와는 목숨을 나눈 사이처럼 가까워진다.
동호회장인 양병도 우리은행 서부기업영업본부 기업영업지점장은 “스쿠버다이빙은 바다에서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해 2인1조로 활동한다”며 “이를 통해 얻은 전우와 같은 동료의식이 평소 업무로도 연장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전했다.
양 지점장은 “바다 속에서 상승 중에 공기가 떨어져 아찔했었는데 버디에게 공기를 나누어줄 것을 요청, 무사히 상승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은혜는 두고두고 갚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혼자 즐기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취미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만든 동호회에서 뜨거운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