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개점폐업 상태다.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1908년) 104년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하지만 들은 척도 안하는 하늘과 닮았다. 지난 26일 1817.81로 마감했던 코스피지수는 28일 1819.18로 0.08% 변동하는데 그쳤다.
지수뿐 아니라 거래대금도 최악의 가뭄을 맞고 있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대금은 3조905억원을 기록, 지난해 12월26일의 3조386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6월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지난달(4조6911억원)에 비해 6000억원 이상 줄어들며 4조482억원에 그쳤다.
이처럼 증시의 마비상태가 나타난 것은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심이 얼어붙은데다 28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관망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은 일기예보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주말부터 다소 많은 비가 내려 그동안의 가뭄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EU 정상회담에서도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반가운 소식이 들려올 수 있을까.
◇유럽이슈의 영향력 당분간 지속될 듯
안타깝게도 이번 EU 정상회담에서 유럽 재정위기 해결의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간밤 EU 정상회의에서 재정위기 해법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에 스페인 국채금리가 7%를 넘어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EU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국내증시가 유럽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당분간 박스권의 혼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유럽 위기 해결의 핵심인 독일이 재정 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한 유로본드 발행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증시는 추세적인 움직임보다는 뚜렷한 방향성 없는 박스권에 가까운 흐름이 예상된다”며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길어짐에 따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기둔화 우려로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 추세적인 상승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EU 정상회담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간밤 1%대의 낙폭을 기록하던 뉴욕증시는 EU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보도가 나오면서 낙폭을 만회했다. 다우지수는 전거래일대비 24.75포인트, 0.2% 하락한 1만2602.26으로 장을 마감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술적 분석상 스페인과 이탈리아 증시에서 과매도 해소의 신호가 발생 중”이라며 “과매도 상태의 해소는 기술적 반등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에 다음 달 중 긍정적인 주가 흐름이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