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우리가 원하는 ‘1등’ 삼성은

입력 2012-06-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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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 산업부장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뿌리째 뜯어고칠 모양이다.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이 회장이 ‘유럽의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고 언급할 때부터 삼성에 큰 변화가 올 것 임을 세상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이 변화를 위해 뽑아든 카드는 의외였고, 다소 충격적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 7일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미래전략실장과 그룹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권오현 체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터지만,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기용은 의표를 찔렀다.

마침 이 날은 이 회장이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대변되는 신경영을 선언한 지 19년째 되는 날이어서 이번 인사는 그룹 전체에 다시 한번 위기의식을 강조하기 위한 충격조치로 이해된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삼성이 추구할 변화의 정도와 속도는 19년 전 신경영에서 제시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이 ‘변화’를 키워드로 ‘신경영’을 선언한 이후 삼성전자는 철옹성처럼 여겨졌던 가전왕국 소니와 휴대폰의 절대강자 노키아를 차례로 추월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냈다.

이 회장은 삼성의 새로운 개조를 위해 이번에는 ‘도전’을 화두로 제시했다. 그는 지난 8일 삼성그룹 신입사원들에게 ‘100년 삼성을 향한 도전의 길’이라는 영상메시지를 보냈다.

이 회장은 이 메시지에서 “새로운 출발점에 선 지금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번 실패했다고 두려워하거나, 절대 물러서지 말아달라”며 “실패는 여러분들의 가장 큰 자산이요, 삼성인의 특권인 만큼 도전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메시지는 신입사원은 물론 최지성 신임 미래전략실장과 모든 삼성맨들에게 던진 주문이기도 하다. 미래를 위한 도전의 실패는 용서하겠지만, 현실 안주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소니와 노키아 추월의 주역으로 꼽히는 최지성 부회장을 미래전략실장으로 배치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그렇다면 이 회장이 도전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삼성이 변하기 바라는 것일까?

아직은 막연하지만 오는 25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삼성전자 글로벌 경영전략회의에서 변화의 방향과 도전의 내용이 대략적으로나마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그룹의 체질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여기에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미래 신수종사업의 조정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로서는 애플이라는 막강한 경쟁자와의 경쟁에서 승리해 영속가능한 기업으로의 발판을 만드는 내용도 포함될 것이다.

아울러 삼성전자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른 계열사들의 성장전략도 포함돼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그룹의 매출 224조8000억원의 73% 수준인 164조7000억원을 삼성전자가 벌어들였다. 자칫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경우 그룹 전체에 미칠 충격파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오는 12월이면 이 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은 지 25주년이 된다는 점에서 차질없는 경영권 승계 작업도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공세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이유로 대대적인 재벌개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경제민주화는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반박했 듯 반시장주의적 이데올로기지만, 현실은 재벌에 대한 시선이 그렇게 곱지 못하다.

기업의 존립목적이 고용을 창출하고 이익을 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면 되지 않느냐는 말은 물론 맞다.

특히 1등 기업 삼성에 대한 정치권과 우리 사회는 평균 이상의 도덕률을 요구하고 있고, 기대치도 높다.

삼성이 추구하는 변화된 모습이 우리 사회가 원하는 삼성의 모습과 큰 격차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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