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다문화 가정도 우리와 한가족

입력 2012-05-11 09:3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여태경 KDB대우증권 대리

4월 말 어느 토요일 숙명여자대학교 캠퍼스 앞에 몇 대의 버스가 멈춰섰다. 다양한 색의 머리카락, 눈, 피부를 가진 엄마들과 엄마 손을 꼭 잡은 꼬마들 수십 명이 버스에서 내렸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다들 오랜만의 나들이로 들뜬 듯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이들은 KDB대우증권과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음식문화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다문화가족 대상 ‘한국음식 요리체험’에 참가하는 강원도 춘천지역 가족들이었다. 이날 나는 KDB대우증권의 자원봉사자 중 한 명으로 행사에 동참했다.

행사 시작 전 참가한 가족들에게 나눠줄 이름표를 정리하면서 본 이름표에 적힌 다양한 성과 이름은 단 세 글자로만 된 이름들을 부르며 생활해 온 나에게 잠시 낯설게 느껴졌다.

자원 봉사자들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엄마들의 요리체험 교실이나 아이들의 쿠키만들기 체험 교실로 이동했다. 내가 맡은 역할은 유아반 아이들을 도와 초콜릿 쿠키를 만드는 일이었다. 체험활동이 시작되자 아이들의 작은 고사리 손들이 반죽을 주무르느라 오물조물 바쁘게 움직였다. 옆 친구보다 더 큰 쿠키를 만드려는 귀여운 욕심에 큰 반죽을 달라는 아이도 있었고, 반죽 위에 틀을 찍을 때마다 만들어지는 여러 동물모양에 기뻐 어쩔줄 몰라하는 아이도 있었다.

여러 가지 동물 모양이 나오자 나는 꼬마 친구들에게 물었다. “이 동물은 뭐지? 저 동물은 뭘까?”

혹시 한국말을 못해서 부끄러워하지는 않을지, 내가 묻는 질문에 대답을 못해 오히려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것은 아닐지 하는 걱정이 가시기도 전에 “토끼예요. 고양이예요. 강아지요” 하고 대답이 바로 터져나왔다. 나는 “강아지는 어떻게 울지? 호랑이는?”하고 또 물음을 던졌고 아이들은 “멍멍멍요. 어흥~요”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또박또박 대답도 잘하고 귀여운 동물 울음소리를 흉내내며 신이 난 모습은 영락없이 천진난만한 여느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쿠기들이 완성되자 아이들은 서로 쿠키를 맛있게 나눠먹었다. 쿠키를 열심히 만든 아이들은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자 환호성을 질렀다. 꼬마 친구들과 함께 나도 허기진 배를 채웠다. 작은 입을 한껏 벌려 김밥을 먹는 꼬마, 단무지와 시금치는 빼고 먹는 편식쟁이, 쿠키를 너무 많이 먹어 배부르다며 김밥은 안 먹으면서 봉지 안의 쿠키를 야금야금 한 개씩 빼먹는 꾀돌이까지 조그만 체험장은 즐거움이 가득했다.

엄마들의 체험까지 끝나고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참가한 가족들은 이날의 체험이 맘에 들었던 듯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하면서 버스에 올랐다.

현재 우리 정부는 다문화 가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많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 기업과 사회단체, 교육기관 역시 다문화 가정을 뒷받침하는 여러가지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사회 전체가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변화는 국민 개개인의 인식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고 앞으로 이주민의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무지만 있는 김밥을 상상해 보자. 아마 그랬다면 김밥이 국민 간식으로 자리잡지 못했을 것이다. 햄, 당근, 맛살, 시금치, 단무지 등 다양한 재료들이 어울린 김밥이 더 맛있는 것처럼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한국사회가 더 살맛나지 않을까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10명 중 8명 "하반기 경영여건 어렵다"…관치보다 '정치금융' 더 압박[금융사 CEO 설문조사]
  • 비트코인, ETF 유입에 투심 회복…이더리움 ETF 승인 '오매불망' [Bit코인]
  • “이젠 싼 맛 말고 제맛”…K브랜드로 中독 벗어난다
  • "청약 기회 2년 날렸다"…공사비 급등에 또 취소된 사전청약 사업
  • [뉴욕인사이트] 고용 지표에 쏠리는 눈…하반기 황소장 이어가나
  • “잠재력만 봅니다” 부실 상장·관리 여전...파두·시큐레터 투자자 ‘피눈물’ [기술특례상장 명과 암②]
  • 유사투자자문업, 정보·운영 제각각…8월 자본법 개정안 시행에 당국 부담도 ↑ [유사투자자문업 관리실태]②
  • 서울 지하철 3호선 대치역서 배터리 화재…"현재 정상운행 중"
  • 오늘의 상승종목

  • 07.01 13:27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8,885,000
    • +3.89%
    • 이더리움
    • 4,900,000
    • +3.51%
    • 비트코인 캐시
    • 552,000
    • +3.27%
    • 리플
    • 671
    • +1.21%
    • 솔라나
    • 207,400
    • +7.18%
    • 에이다
    • 562
    • +4.85%
    • 이오스
    • 817
    • +3.42%
    • 트론
    • 176
    • +0%
    • 스텔라루멘
    • 130
    • +2.36%
    • 비트코인에스브이
    • 63,550
    • +4.35%
    • 체인링크
    • 20,090
    • +5.85%
    • 샌드박스
    • 471
    • +3.2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