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매각의 윤곽이 드러났다. 정권 말 대형 금융회사에 새 주인을 찾아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중심으로 금융당국은 뚝심있게 한걸음씩 앞으로 나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잠재적 후보군을 넓혔지만 뚜렷한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데다 정치적 부담 등 넘어야할 과제도 많다.
◇정부, 투트랙 전략=8개월만에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추진하는 금융당국이 선택한 매각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국내 금융회사와의 합병 또는 국내외 사모투자펀드(PEF)의 인수다.
시장에서도 우리금융 인수·합병(M&A)의 잠재 후보군으론 국내 금융지주회사들과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중심의 컨소시엄을 꼽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의 경우 ‘합병’이나 일부 ‘지분 인수 후 합병’ 방식을, PEF 컨소시엄은 정부 ‘지분(56.97%) 현금 인수’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지주의 경우 현금을 주고 우리금융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행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의 경영권을 지배하려면 지분 95%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시행령 탓이다. 10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합병 방안이다. 합병은 대규모 인수자금을 동원할 필요 없이 주식교환만으로도 가능하다. 또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상대적으로 손쉽게 검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금융지주 중에선 KB금융그룹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금융당국도 KB금융이 나서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다만 합병할 때 존속회사에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이 남는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금융사들로선 꺼림칙한 문제지만, 공자위는 이 문제를 의결권 위임 등을 통해 해결해주겠다고 밝혀놓은 상태다.
또한 합병할 때 기존 주주들에 의한 반대매수청구권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공자위는 이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합병방안을 짤 때 자기주식 매입을 늘리는 등 매수청구권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합병과 달리 우리금융 지분 30% 이상을 취득하고 경영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인수 주체는 금융주력자이자 일정 요건을 갖춘 PEF가 유일하다. 다만 국내법에 따라 설립된 PEF여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우리금융 M&A에도 작년처럼 국내 PEF나 PEF 중심의 컨소시엄 참여가 예상된다”며 “외국계 PEF의 경우 직접 참여보다는 국내 PEF나 컨소시엄에 LP(출자자)로 참여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적, 법적 제약을 감안하면 PEF 중에는 지난 해 우리금융 입찰참여 의향을 밝혔거나 예비입찰서를 냈던 국내 토종 PEF들의 입질이 다시 예상된다. 보고펀드와 MBK파트너스, 티스톤파트너스가 주인공이다.
◇관심 안갖는 금융지주사들= KB금융과 달리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관심이 없다”며 부정적 입장이다.
우선 지난해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올랐던 KDB금융지주는 일단 현재 가장 큰 현안인 민영화에만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지금은 거대 점포망이 오히려 부담스러워지는 추세인데다 다이렉트뱅킹도 예상외로 급성장하고 있다”면서 “기업공개도 앞두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지주 고위 관계자는 “한동우 회장이 지속해서 우리금융 인수에 대해 거듭 뜻이 없음을 밝혀왔다”면서 “은행보다는 보험 등 비은행부분 인수에 관심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도 마찬가지다. 농협금융 고위관계자는 "우리금융을 통째로 인수하면 중복되는 사업부문이 많다"며 "지금은 인수에 나설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넘여야할 산 많다= 여기에다 아직 넘어야할 산도 많다. 우선 정치적인 특혜시비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꼽히는 KB금융의 수장이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히는 어윤대 회장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지난해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에 대한 특혜시비로 우리금융 매각이 무산된 것과 같은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의미다.
KB국민은행을 비롯한 노동조합의 반발도 숙제다. `합병방식`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노조와의 마찰을 불가피하고, 정치·사회적 파장이 커질 경우 정권 말기로 갈수록 추진동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설령 인수자가 순조롭게 정해지더라도 독과점 문제가 변수로 남아있다.
여기에도 외국계 PEF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큰 걸림돌이다. 국민들이 론스타 사태 등에 따라 ‘외국계는 단물만 빼먹고 빠져나가는 먹튀’라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는 만큼 사실상 매각에 뛰어들 수 있는 플레이어가 제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