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근의 스마트學] 휴대폰 가격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2-03-21 09:05 수정 2012-03-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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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근 산업부 팀장

“똑같은 제품인데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보다 훨씬 높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휴대전화 제조사와 통신사를 대상으로 휴대폰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일부 휴대전화제품의 국내공급가격이 해외공급가격보다 무려 30만원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제품의 해외공급가격과 국내공급가격의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처럼 여겨졌고, 수 차례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이석채 KT 회장도 “단말기 가격이 해외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같은 지 여부에 대해 국민들이 심각하게 확인해 봐야 한다”며 공정위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 사이에는 외국에서 저가판매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국내에서는 높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 이익을 보전하는 수법이 아직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한 마디로 국내 소비자가 그들에게는 ‘봉’인 셈이다.

더욱이 ‘비싼 제품은 좋은 제품’이라는 소비자의 심리를 악용해 통신사와 제조사가 짜고 실제 공급가격보다 현저하게 높은 출고가를 책정하고, 마치 보조금을 통해 소비자들이 비싼 제품을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밖에 없다.

국내 소비자는 봉이 아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굴지의 대기업들은 국내 소비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영광을 누릴 수가 없었다. 소비자들은 그들의 이익추구를 위한 대상이 아닌 그들이 진심을 다해 모셔야 할 고객인 것이다.

최근 선거철을 앞두고 정치권의 ‘재벌 정책’이 이슈다. 유독 우리나라는 ‘반재벌 정서’가 심한 편이다. ‘가지지 못한 자들의 치기어린 시샘’으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지만, 반재벌 정서를 그들이 자초했다는 지적도 그들은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최근 TV 드라마나 개그프로그램에 대기업과 관련된 소재의 사용이 늘고 있다. 그 내용도 대기업이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대기업들의 행태를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풍자란 어떤 대상을 비꼬기 위해 그 대상을 희화화하는 기법을 말하며, 그 저변에는 풍자대상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담기기 마련이다.

공정위가 이번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 제조업체 담당자는 “소비자들은 실제 단말기 가격 결정구조를 알지 못합니다. 단말기 가격에 장려금을 반영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고가의 제품에 이통사가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하면 좋은 제품을 싸게 샀다는 오해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사안에 대해 일부 제조사와 이통사는 “현재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결과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무지한 대중들을 기만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대기업들이 앞다퉈 사회공헌활동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공헌비용이 소비자들을 기만해서 얻은 이익금으로 조성된 것이라면 그들의 사회공헌활동을 오롯이 좋은 시선으로만 바라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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