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사채시장을 가다]500만원 빌렸더니 425만원 주고 年이자 120%

입력 2012-03-0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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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뒷골목 사채시장에선…급전 필요한 신용불량자, 고금리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

▲우리가 인지하진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밝은 표정으로 활보하는 명동거리. 그렇지만 이 명동거리에는 연 100% 이상의 살인적인 대출을 알선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존재한다.(사진=노진환 기자)
#사채업자의 독촉에 시달리던 아버지는 자살하고 그 빚은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돌아간다. 여기서 상속포기 같은 법적 구제장치는 사채업자들에겐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다. 삶의 처참한 밑바닥까지 떨어진 자식은 사채업자가 돼 돈으로 세상에 복수하기로 다짐한다.

위의 이야기는 실제 사연이 아닌 한때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SBS드라마 '쩐의 전쟁'의 내용이다. '쩐의 전쟁'은 사채시장이라는 어두운 배경에서 벌어지는 서민들의 애달픈 사연 둥울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시청자들로 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면 국내 사채시장의 중심인 명동 사채시장 등과 같은 사금융은 실제 '쩐의 전쟁‘과 같은 모습일까? 본지는 이틀 동안 사금융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명동 사채시장 등을 직접 찾아갔다.

◇100% 이상 고금리 알고도 방법 없어 = 지난달 27일 월요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급전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한 여성을 만났다. 올해로 45세인 김지숙(가명)씨는 500만원을 빌리지 못해 사채시장까지 온 것이다.

김지숙씨의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났고 가족이 살던 집을 차압당해 월세방으로 옮겼고 남편과 김씨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문제는 올해 대학을 입학하는 아들이었다. 부도 이후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생활해나가고 있는 처지에 1000만원가량인 아들의 대학 등록금과 입학금을 마련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김지숙씨는 “신용불량자이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대출이 받기 힘들었다”라며 “이자가 높은 줄 알지만 바로 돈을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액수가 적어 사채시장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김씨는 “아들이 재수를 해서 올해 어렵게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라며 “하지만 부모가 돈이 없다고 해서 대학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아들 가슴에 못을 박는 것이기 때문에 알아보곤 있지만 이자가 너무 높아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김씨처럼 소액의 돈을 일반 금융권에서 조달 못해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곳이 서울 명동의 사채시장이다. 명동의 사채시장은 1950∼1960년대 고리대금업인 사설무진, 전당포 등이 주도했다. 1970년대 경제개발 붐이 일고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명동의 사채시장은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9년 전자어음제도가 확대 되면서 어음할인시장이 존폐위기에 몰렸고 명동 사채시장은 개인들을 상대로 한 소액대출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그렇다면 명동 사금융시장의 이자율은 어느 정도일까. 기자가 한 사채업체에 방문해 직업과 신분을 속인 뒤 급하게 500만원 필요하다고 물었다. 일단 직업이 있고 신용등급이 좋기 때문에 이자율은 매달 5% 연 60% 정도를 제시했다. 즉 500만원을 빌린다면 한달에 이자가 25만원씩 1년에 총 300만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업주는 이 이자율도 저렴한 편에 속한다고 이야기했다.

업주는 “보통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월 10%씩 연 120%의 이자율 정도”라며 “하지만 금액이 크고 신용등급이 바닥인 사람들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높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빼고 즉시 현금 지급 = 명동 사채시장 외에 다른 사금융의 실태는 어떨까? 지난달 29일 오후 거리 전신주에 붙어 있는 ‘카드 즉시 대출 가능’이란 곳에 직접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

기자가 500만원이 필요하다고 문의하자 업주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카드가 어디인지를 물은 뒤 B카드를 사용한다고 하자 OOO 건물 4층으로 오라고 대답했다.

업체를 직접 방문하자 직원 몇 명만 있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일단 의자에 앉아 상담을 진행했다.

대출을 받으려면 신분증과 카드만 있으면 즉시 가능하지만 500만원에서 수수료 15%인 75만원을 제하고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사용하는 카드깡은 할인점에서 물건을 구입해 실물거래가 발생한 것처럼 한 뒤 수수료를 챙기고 다시 할인점에서 되팔아 넘기는 방식인 것이다.

걸릴 위험이 없냐는 물음에 업체는 “원래 기업 상대로 하는 건데 요즘에 개인들도 해주고 있는 것”이라며 “기업들도 걸린 적이 없는데 개인은 더욱 안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자 문제 = 그렇다면 사금융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찾는 서민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금융권을 찾는 서민들은 대부분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릴수 없는 저소득층으로 이들이 빛이 생길 경우 2금융권에서 빌려서 갚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는 바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다.

이렇게 빛을 돌려막다보면 연체로 인해 20%가 넘는 고금리를 지불해야하고 이마저도 계속 연체가 되면 대부업체를 찾게 된다.

이때 금리는 이미 연 40% 가까이 급상승한 상태로 카드 이자와 대부업체 이자를 합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이들은 높은 이자를 감당할수 없게 되고 결국 고금리 시장인 사채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금융 업체 업주는 “대출을 받으러 오는 고객들을 보면 빛에 허덕이는 저소득층 사람들이거나 돌려막기로 인해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저소득층 서민들은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 등과 같은 서민금융상품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풍선효과’ 방지를 위해 이를 시행하고 있지만 만들기만 급급했지 제대로 서민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사채시장에서 만난 A씨는 기자가 서민금융상품을 사용해볼 생각을 해봤냐는 질문에 “그런 것이 있는지도 전혀 몰랐다. 어디에 가면 알아볼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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