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멸위기' 정치권이 사는 법

입력 2011-11-07 11:00 수정 2011-11-0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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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미 FTA 처리를 놓고 여야 간에 다시 한 번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여야 모두 충격 받았을 법한데, 우리 국회의원들은 정말 강심장을 타고난 모양이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한 마디로 정치권의 이전투구가 우리들에게 밥을 줄 수 없으니 이제 우리도 다른 길을 찾아보겠다는 선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여야는 극한 대치를 하며 몸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마음을 더 돌아서게 하려고 환장했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이렇게 될수록 안풍(安風)은 더 거세질 것이다. 왜냐하면 안풍의 근원은 탈(脫)정치 실용주의와 탈(脫)이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도 이 부분은 명확하게 드러났다. 탈이념을 주장하는 안철수 교수의 지원에 힘입은 박원순 시장의 승리나 강남3구에서 박원순, 나경원 두 후보 간의 격차가 지난 지방선거 때 오세훈, 한명숙 후보 간의 득표율 격차보다 훨씬 줄어든 것은 보수층의 탈이념 현상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 정치권이 자신들의 박탈감과 상실감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2040의 분노는 기존 정치권의 퇴출 명령으로 나타났고, 기존의 이념 대결구도가 2040세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 즉 일자리, 보육, 교육, 그리고 공정하지 못한 사회를 바꾸는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해 주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데서 탈이념 현상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비단 서울에만 국한 된다고 볼 수 없다. 다시 말해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볼 때,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 실험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실험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분명한 점은 지금의 정치구도가 기존 정치권 대 비정치권, 즉 시민사회세력의 대결구도로 짜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통합 논의는 이런 대결구도를 확인해 주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박원순 시장의 탄생으로 야권 통합 논의에서 시민사회 세력의 목소리는 매우 높아질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혁신과 통합’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왜냐하면‘혁신과 통합’은 친노 인사들 뿐 아니라 시민사회 세력, 예를 들어 참여연대가 참여하고 있는 기존정치권과 시민사회세력의 복합체적 성격을 띠고 있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한미 FTA 비준과정에서 이토록 처절하게 달려드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야권 통합 과정에서 가뜩이나 밀리게 생겼는데, 이번 비준에서 여당에게 양보하는 듯한 인상이라도 주게 되면 야권 내에서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선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딜레마는 존재한다. 왜냐하면 선명성이 강조될수록 국민들이 생각하는 탈이념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안철수 신당이라도 등장하는 날엔 시민사회 세력 대 기존 정치권의 구도가 탈이념 프레임 대 이념 프레임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럴 경우 민주당은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시장의 등장으로 박근혜 전 대표는 이념 지향적 ‘원로’ 기성정치인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도권과 서울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박 전 대표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불안감 때문에 친이계와 합세하여 박 전 대표 흔들기에 나서는 날엔 한나라당의 내홍 역시 어디로 전개될지 모른다.

한마디로 지금의 정국은 정치권 공멸의 위기 앞에서 한 치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정치권이 자기 자신을 철저히 버리는 것이다. 이미 지지율 50%가 5%에 양보한 것을 경험한 국민들에게 더 이상 적당한 쇼는 해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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