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외화수급에 고삐를 쥐고 있다. 이미 올 연말까지 필요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한 상태지만 글로벌 경기불안이 극한으로 치달아 외화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의 경우 내년 3월까지 필요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외화자산을 3개월 이내 외화부채로 나눈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은 101.7%로, 금융당국의 지도 기준 85%를 훨씬 웃돌고 있다. 3개월간 외화차입 없이 보유중인 외화자산만으로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신한·기업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은 꾸준한 유동성 관리에 힘입어 이미 외화조달시장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내년 3월까지 버틸 수 있는 외화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A은행 자금담당 임원은 “연말까지 필요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했지만 안심할 수 없어 은행들이 추가로 외화수급에 나서 내년 3월까지 버틸 외화자금을 확보했다”며 “특히 커미티드라인(마이너스통장 성격의 단기 외화차입) 구축에 나서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6개 국내 은행의 지난달 중장기 외화차입 규모가 46억1000만달러로 세계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1월 47억1000만달러를 기록한 이래 최대치에 이르렀다. 또 국내 은행이 외국 금융회사와 맺은 커미티드라인은 지난 8월말 8억달러에 불과했지만 9월말 현재 36억달러로 28억 달러 증가했다. 불과 한달 새 4.5배로 불어난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무역금융결제와 중소기업 등에 대한 외화대출에 지장이 없을 만치 충분한 외화를 확보하고 있다”며 “일부 여유 자금을 유럽계 은행에 대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3년, 5년만기 장기 외화채권 확보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은행마다 달러를 쌓아놓긴 했지만 장기로 운용하기보다는 단기로 운용하고 있다”며 “장기로 갈수록 달러가 부족하고 차입 비용도 높아진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