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직원들의 프로필을 꿰차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팀장급인 3급 이상 직원의 출생, 학교, 거주지 등을 줄줄 외우고 있는 것. 한은의 3급 이상 직원은 300여명 정도니 보통 암기 실력은 아닌 것이다.
한은 내에서는 “김 총재가 모르는 것은 얼굴뿐이다”란 말이 돌 정도다. 직원 신상명세서에 옛 사진이 붙어 있다 보니 얼굴까지 익히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김 총재의 암기력 덕분에 그와 첫 만남을 가진 이들은 때론 당혹감을 느끼기도 한다. 제 신상을 줄줄 외울 뿐 아니라 인생 굴곡에 대한 나름의 해석까지 곁들이니 경외감을 느낄만도 한 것이다.
김 총재 취임 초기에는 ‘경상북도 칠곡’ 출생 직원을 알아낸 일화가 있다. 김 총재가 인사 관련 핵심 담당자에게 “직원 중에 칠곡 출생이 있던데 알고 있냐?”고 물었다. 평소 대부분의 신상을 파악하고 있다고 자신한 이 담당자는 “그런 직원은 없다”고 답했다.
실제 파악해 보니 한은 대구경북본부에 칠곡 출생의 직원 한 명이 있었다. 어린 시절 잠깐 살아 평소 칠곡 얘기를 꺼내지 않다 보니 인사 담당자마저 몰랐던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먼저 파악하고 대하는 것이 김 총재가 사람을 다루는 방법 중 하나인 듯 하다”며 “조직장악력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의 조직장악력은 노동조합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은 노조는 최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노동조합규약을 개정했다. ‘조합원의제제도’를 포함하는 것이 골자다.
이 제도는 쉽게 말해 조합원을 늘리는 것이 주 목적이다. 노조 가입신청서 없이 의사를 물어 가입을 결정한다. 예산, 비서, 감사 등 법적으로 노조 가입이 금지된 부서의 직원이 다시 직무가 바뀌었을 때 가입률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했다.
이에 대해 은행 측에서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는 전언이다. 가입서 없이 노조에 속하는 것이 말이 되냐는 것이다. 추이를 보며 법적 검토까지 해보겠다는 태세다.
김 총재는 지난 3월 한은의 독립성에 대한 노조의 반발과 관련 “노조 때문에 자괴감이 든다”고 밝혔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한은의 노조 가입률은 80%(은행 기준 64.7%, 상급 직원 포함 여부에 따른 차이)에 달한다. 80%에 달하는 직원이 김 총재에 반해 노조원을 늘리려 하는 것을 보면 과연 그의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것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