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특임장관과 박근혜 전 대표 간 ‘악연’이 4.27재보선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 장관이 21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선거는 친이·친박의 문제가 아니라 한나라당과 야당의 대결”이라며 “주류든 비주류든 선거에 전념하는 게 옳다”고 말한 것을 두고 친박계가 발끈하고 나선 것.
친박계 한 핵심의원은 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3년 내내 똑같은 얘기 반복하라는 것이냐. 녹음기를 틀어놔야겠다”면서 “대한민국에 안 살다가 들어왔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총선 패배 후 미국에 머물며 야인시절을 보냈던 이 장관의 아픈 과거를 지적한 것. 그러면서 “더 이상 대꾸하기도 싫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한나라당이 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했는지, 그 결과가 얼마나 비참했는지 잊었느냐”면서 “국무위원이 일주일새 두 차례나 의원들 소집시켜 놓고 지시하는 것은 옳은 행동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민주당 주장과 일치하는 맥락이다.
수도권의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 얼굴보고 표 달라는 것밖에 더 되냐. 선거를 치르려는 자세부터 틀렸다”고 말했고, 박 전 대표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재보선 관련해 지금까지 입장과 변함이 없다”고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이 장관 측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측근 의원은 “선거에서 당의 후보를 돕는 것은 당원으로서 당연한 자세”라며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당원이 아니냐”고 반격했고,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저러니 딴나라당 소릴 듣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선거는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박 전 대표 주장에 대해 또 다른 핵심 당직자는 “지도부가 아니면 당이 어찌돼든 상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냐. 그런 원칙 듣도 보도 못했다”면서 “당의 대표까지 지냈으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