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카드를 둘러싼 여권내 권력투쟁이 격화될 조짐이다. 아직은 힘겨루기에 그치고 있지만 자칫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될 경우 핵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4.27 분당을 보선에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뛰어들자 여권 핵심부가 정운찬 전 총리를 대체주자로 내세우며 싸움은 촉발됐다.
강 전 대표는 지난 9일 이같은 여권 핵심부의 움직임에 대해 “누군지 대충 짐작 간다”며 경고음을 냈다. 앞서 8일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정운찬 띄우기는 비민주 밀실정치이자 공작정치”라며 원색적 비난을 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원희룡 사무총장과 일부 최고위원 간 갈등을 빚었다. 홍준표·서병수 최고위원이 강재섭계로 분류되는 손숙미·박보환 의원의 공심위원 발탁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논란이 끊이질 않자 정 전 총리는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빠서 보궐선거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출마는)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불출마 의사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그는 또 “강재섭이라는 좋은 사람이 있지 않느냐”며 “지금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즉답을 피했다.
정운찬, 강재섭 등 거물급 인사들과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는 박계동 전 의원은 같은 날 기자와 만나 “(공천과정이) 길어질 것 같다. 위(청와대)에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며 만만치 않은 싸움임을 털어놨다. 그는 특히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이 정운찬 전 총리를 밀고 있는데 본인 의사가 없으면 그만 아니냐”며 정운찬 카드의 배후를 지목했다.
여권의 복수 관계자는 “실세들 간 권력투쟁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까지 왔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표면적으론 정운찬 강재섭 싸움이지만 실상은 누가 뒤에 버티느냐다. 몇 안 되지만 당내 강재섭계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고, 그에게 빚진 이들도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 또한 강재섭 카드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임태희 실장의 세가 커지면서 (이를) 견제하려는 반작용 또한 같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