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KB금융그룹 사령탑을 맡은 지 오늘(20일)로 100일을 맞았다. 특유의 추진력과 리더쉽을 바탕으로 KB금융그룹의 위상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하지만 어 회장 앞에는 구조조정과 수익성 회복이라는 숙제가 동시에 놓여있다.
특히 내·외부 출신의 고른 인사와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장에 영업으로 잔뼈가 굵은 내부 출신의 민병덕 은행장을 중용한 용병술은 돋보였다는 평가다.
어 회장은 틈나는 대로 영업현장을 방문하고 기업고객 등을 만나는 등 현장경영으로 바쁜 일정들을 소화했다. 지난 8월 어 회장은 민 행장과 함께 서울 신라호텔에서 1000여명의 고객을 초청해 KB우수고객 초청행사를 가졌다.
또 전국을 돌며 1200여명의 일선 지점장들을 일일이 만나 ‘우리는 반드시 해 낼 수 있다’는 ‘Can-Do_Spirit’ 캠페인의 새로운 ‘성공신화’를 함께 해나갈 것이라며 독려한 데 이어 고객과 직원의 불만이 자자했던 영업점 청구 업무분리(SOD) 제도를 대폭 손질해 고객 중심 및 영업력 강화를 위한 방향으로 개선하는 등 고객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내부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임으로써 영업력 회복은 물론 직원 사기도 높아졌다.
이 같은 KB의 변화와 혁신은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를 급속도로 회복시켰다. 최근 미국 투자펀드인 프랭클린 리소시스가 KB금융 주식 5.05%를 매입해 KB금융 최대 주주가 된 것은 시장에서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어 회장은 지난 3일부터 약 3주 일정으로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기업설명회(IR)를 열며 주요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오는 11월10일부터 양일간 열리는 G20 비즈니스서밋을 KB의 해외인지도 제고를 위한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어 회장의 리더십과 추진력이 KB금융그룹의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저력과 맞물려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해 조직력과 영업력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경영효율성 개선으로 주주가치는 물론 고객가치 극대화를 위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KB지주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가시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비만한 KB지주를 슬림화시키는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실적 회복으로 이어져 과거 리딩 뱅크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어 회장의 리더쉽은 구조조정과 실적회복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두고 시험대에 놓여 있다. 구조조정은 KB금융 그룹의 체질개선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인만큼 반드시 어 회장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최근 KB지주는 최대 32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국민은행 희망 퇴직 추진 과정에서 이른바 ‘퇴직 명단’ 논란과 ‘성과향상추진본부’ 신설 추진 등으로 첨예한 노사갈등을 빚고 있다. 구조조정이 매끄럽게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국민은행의 성장 발판인 영업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적 개선 여부에도 덩달아 의문 부호가 달린다. KB금융은 지난 2분기 335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대기업 구조조정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실 등으로 대손충당금을 1조4980억 원이나 쌓은데 따른 영향이 컸다고 하지만 리딩뱅크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성적표였다. 올 3분기도 시장에선 흑자로 돌아서겠지만 대손충당금 등의 여파로 그리 높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