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강공장이 없어 동부‘제철’인가

입력 2010-08-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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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로 '바까(ばか)'라는 욕설이 있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익숙하게 들리는 단어로 우리말로는 '바보' 정도로 번역되는데 한자로 적으면 '馬鹿'이 된다. '말과 사슴을 구별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기자가 동부제철의 한 직원과 통화하던 중의 일이다. '전기로 제강공장'이란 기자의 말에 동부제철 직원이 "우리는 제철공장이지 제강공장이 없습니다"라며 발끈하는 것 아닌가.

동부제철은 지난 2009년 전기로 준공 이후 줄곧 '일관제철기업'이라는 표현을 써오고 있다. 지난 2008년 3월에는 사명을 아예 '동부제강'에서 '동부제철'로 바꿨다.

이쯤 되면 제강은 뭐고 제철은 또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단어의 뜻을 풀이해보면 '제철(製鐵)'이란 용광로에서 철광석을 제련해 철을 만드는 일을 말한다. 자연 상에 적철광(Fe2O3), 자철광(Fe3O4) 등의 형태로 존재하는 철광석을 고로(高爐)에서 코크스를 태워 순수한 철로 환원시키면 선철(銑鐵)이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만 따로 분류해 '제선(製銑)'이라고 한다.

선철은 탄소함유량이 높고 황, 인, 규소, 망가니즈 등의 성분이 많아 기계적 성질이 취약하다. 이 선철을 전로(轉爐)로 옮겨 탄소함유량을 조절하고 불순물을 걸러내면 강하고 질긴 강철(鋼鐵)이 나오는데 이 과정이 '제강(製鋼)'이다.

'일관제철(一貫製鐵)'의 일관이란 '선강일관(銑鋼一貫)'의 줄임말로 일관제철이란 바로 이 제선과 제강을 포함해 압연까지의 공정을 한 번에 행한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철광석을 녹여 열연강판 등 압연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일관제철소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단 두 곳뿐이다. 동부제철이 '제철소'라 주장하는 것은 '전기로(電氣爐)'로 철스크랩(고철), 선철, 직접환원철 등을 강한 전류로 녹여 강철을 만드는 제강설비다.

원자재(철스크랩)에서 압연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으니 '일관제철'이라는 동부제철 직원의 주장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전기로가 없어 열연강판을 사다 강관이나 냉연강판을 만들던 '동부제강'은 일본이나 중국 열연강판 가격에 일희일비하던 시절이 있었다. 실제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2008년에도 동부제철의 영업이익은 310억원에 그쳤으며 그나마 2007년과 2006년에는 1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동안 사다 쓰던 것을 직접 만들어 쓰게 됐으니 감격스러운 일일 것이다. 전기로 가동에 힘입어 동부제철은 올해 상반기 사상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물론 회사의 달라진 위상에 자부심을 갖고 알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사실 관계를 왜곡하는 듯한 말로 현혹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노루에 안장을 올린다 해서 말이 될 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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