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자동차 할부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캐피탈사의 벽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은행들의 자동차 할부 실적은 1000억원을 채 넘지 못했다.
이는 올 1분기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들의 자동차 할부금융 취급실적(2조1151억원) 대비 5%에 불과한 수준이다.
은행별 실적을 보면 지난 2월 출시한 신한은행 '신한에스모어마이카대출'이 14일 현재 866억원의 실적을 기록하고 지난 4월 출시한 우리은행의 '우리V오토론'은 60억 안팎을 나타냈다.
이처럼 은행들의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저금리와 무이자 할부에도 불구하고 번거로운 절차와 높은 신용등급으로 이용 고객이 한정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은행 자동차 할부는 고객이 직접 지점을 방문해 상담을 받아야 하고 근저당을 설정하지 않는 대신 높은 신용등급자들만 가능하다는 점도 실적 저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캐피탈사 자동차 할부는 딜러가 대리점에 있어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
고객층 역시 근저당을 설정하는 저신용 고객과 근저당을 설정하지 않는 우량 고객을 모두 수용할 수 있어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은행의 강점인 저금리와 무이자 할부까지 제공하고 있어 자동차 할부 시장 진출이 보다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의 85% 차종에 무이자 할부를 적용하고 있으며 아주캐피탈은 GM대우 및 쌍용차와 제휴를 통해 3~6%대의 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캐피탈사의 입지가 확고한 가운데 연간 13조원 규모의 자동차 할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은행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큰 지점망을 가지고도 주목 받지 못하는 이유는 차별성, 편의성, 보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