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인 토머스 엘리엇은 자신의 시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이야기했다. 20세기 초에 쓰여진 그의 시는 대한민국이 근현대사를 거치며 꽤나 자주 인용됐다. 뜨거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불던 대한민국의 봄은 생명이 탄생하는 계절이 아닌 고통스럽고 잔인할 수밖에 없었던 계절인 것이다. 시간이 흘러 2010년 대한민국은 민주화를 이루었고 세계적으로도 부강한 나라가 되었지만 아직도 이 4월이 잔인하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대한민국의 개인투자자들이다.
4월 한달 동안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0개사, 코스닥시장에서 31개사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의 상장폐지가 점점 현실화되면서 쌈짓돈을 들여 주식을 사들였던 소액주주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상황에 놓였다.
12일 한주당 5원의 정리매매를 마쳤던 중앙바이오텍, 유퍼트, 모보, 코레스, 모젬, 에듀아크, 일공공일안경, 사이노젠 등 무려 8개사가 13일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됐다.
쓰리디월드(065340), 제넥셀(034660), 에이스일렉(038690), 테이크시스템(076090) 등 4개사는 상장폐지가 결정돼 현재 정리매매 절차를 밟고 있다. 네오세미테크(089240), 아구스(078670) 등 20개사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상태다. 특히 시가총액 4000억원 규모의 네오세미테크(089240)의 상장 폐지를 눈앞에 두고 개인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식시장 퇴출이 확정됐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상장사들 중 상당수가 외부 감사인인 회계 법인으로부터 자금 사용 등과 관련된 내부 통제가 미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불투명하고 부실한 기업의 재무상태가 개인투자자들을 상장폐지의 위험에 몰아넣어 버린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회사의 성장성을 믿고 투자했는데 날벼락을 맞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2008년 리먼사태 당시 800대 후반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이후 꾸준하게 상승해서 1700대에 이르렀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왜 답보상태이거나 후퇴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물음에 대해 증권포탈사이트 가치넷(www.gachi.net)은 "재무적으로 우량한 기업이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종목에 장기간 투자를 한 개인투자들은 지수 상승률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했지만 개별주와 테마주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높은 위험성에 비해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가치넷의 기업분석 시스템인 G-tree 시스템을 통해 재무상태와 성장성을 검증받은 종목들의 경우 현 종합주가지수인 1700대보다 높은 1900대의 체감 수익률을 달성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가치넷의 회원으로 활동 중인 탁봉균(34)씨는 가치투자를 만나기 전 약 4년동안 차트매매, 테마주, 작전주 매매로 1억5천만원이 넘는 돈을 까먹고 사랑하는 사람마저 잃을 뻔 했던 경험이 있다며 가치투자가 하늘이 내려준 마지막 기회였고 지금은 스스로의 삶 자체를 돌아보며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개인투자자는 매일 매일 챠트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급등하는 종목만을 찾아 매매를 하는 투자자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며 기업의 성장과 함께 수익을 늘려가는 가치 투자자로 나누어진다. 하지만 각각의 투자방법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4월의 온도 차이는 너무나 크기만 하다.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상향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가치투자에 관심을 갖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실질적으로 가장 큰 수익을 남겨주는 투자는 바로 가치투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