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의 글로벌프리즘] 멀럴리의 일장춘몽(一場春夢)

입력 2010-04-07 08:51 수정 2010-09-28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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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가 글로벌 제품 리콜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차를 선택하던 고객들이 포드를 택하고 있다. 우리의 성장은 이어질 것이다"

포드의 앨런 멀럴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5일 인도 뉴델리 기자회견에서 던진 말이다. 멀럴리 CEO의 얼굴은 최근까지 공식석상에서 싱글벙글이었다.

포드는 미국 자동차 '빅3' 중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 경쟁업체와 달리 유일하게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았다.

최대 경쟁사인 GM의 릭 왜고너 전 회장은 경영악화의 책임을 지고 지난해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멀럴리는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빅3가 갖는 상징성에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산 역사라고 할 수 있는 포드의 수장으로서 멀럴리 CEO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도 당연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그의 자신감이 곧 사그러들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포드의 미국시장 판매는 18만3425대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2월 GM을 제치고 12년만에 1위 자리에 오른지 한달만에 1위를 빼앗긴 것은 물론 도요타에도 밀리면서 3위로 추락했다. GM은 18만8011대로 1위를 탈환했다.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도요타였다.

도요타의 미국시장 판매는 41% 급증했다. 할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고 무료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시장에 먹혀들었다. 도요타가 화려하게 재기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할인과 무이자 할부가 안전문제를 이겼다'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도요타의 리콜 사태가 과대포장됐으며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도요타가 전대미문의 리콜 사태 이후 이처럼 빠른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많지 않다.

'도요타 죽이기'라는 음모론을 거론하는 것은 우스울 수 있지만 도요타의 저력에 대한 이야기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분명 중요한 변화다.

바야흐로 봄이다.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 했던가. 따뜻한 바람과 함께 깜빡 든 선잠에서도 꿈을 꾸는 계절이다.

한바탕의 춘몽과 함께 인생의 부귀영화가 덧없다는 선현의 말도 생각난다. 특히 하루가 멀다하고 승자가 바뀌는 경영계에서 일장춘몽이라는 말은 낯설지 않다.

기업을 움직이는 CEO일수록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칫 실수로 내뱉은 말이 자신은 물론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멀럴리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잘 나갈 때 겸손히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어설픈 말 한마디에 구설수에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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