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운반선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SLS조선'발(發) 은행권 익스포져가 점차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초 주채권은행 대상 구조조정 대상 중소형 조선사로 분류됐었던 SLS조선이 최근 회사 운영자금과 차입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관련 은행들의 여신회수 작업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채권은행 및 증권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SLS조선은 지난 2월 이후 선박 수주가 끊긴 상황이고 올해 들어 지속된 선주사의 잇단 발주 취소 및 강성 노조와 숙련 직원들의 이탈로 생산 공정에 차질을 빚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더불어 SLS조선 모기업인 SLS그룹 이국철 회장이 최근 수년간 SLS조선과 중공업 등 계열사의 수주 및 공사 금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아 창원지검으로부터 소환 조사를 받는 등 SLS조선을 둘러싼 안팎의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로 치닫고 있다는 점도 여신 회수 가능성을 낮게 만들고 있다.
SLS조선은 지금까지 지난달 26일 외환은행으로부터 만기 도래한 구매자금 3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7일에는 영국계 바클레이스은행 파생상품 관련 차입금 140억원 역시 미상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은 현재 SLS조선의 금융권 총 여신 규모를 약 1조9000억여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SLS조선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 금액 및 대출 잔액을 안고 있는 금융기관 역시 현재까지 최소 6개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들 은행들 가운데 몇몇은 RG 형태로 보험사로부터 지급보증 안전망을 구축해 놓은 상황이나 몇몇 은행은 미확정 지급보증으로 관련 여신을 보유중인 것으로 확인돼 'SLS발 익스포져'가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RG란 선주에게 선수금을 받아 배를 만들던 조선업체가 정해진 기한에 배를 만들지 못할 경우에 조선사가 받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주기로 약정하는 보증서를 말한다.
이에 조선사들은 선박 수주를 위해 RG에 반드시 가입해야 하며 RG를 발급해준 은행에 수수료를 낸다.
은행들은 RG 발급에 따른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RG보험에 가입하는데 이때 보험사는 은행에서 보험료를 받고 은행이 발급한 RG에 대해 지급보증 책임을 진다. RG는 보통 은행이 발급한다.
채권은행 조선 관련 모 심사부장은 "SLS조선발 잠재 익스포져를 보유한 I은행과 H은행은 현재 관련 여신을 100% RG 형태로 안고 있어 지급보증 불확실 우려에서 벗어난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K은행의 경우 RG와 기업대출 형태로 관련 여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SLS가 현재와 같이 여신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관련 익스포져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이에 K은행측 관계자는 "SLS 관련 여신 보유 형태로 RG와 대출이 함께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와 관련, 100% 수출보험공사 보증이 됐기 때문에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시중 증권사의 한 조선 담당 연구원은 그러나 "전방 산업인 해운업 불황 여파로 조선업 실적이 올해를 고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SLS조선 사태가 향후 본격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원은 "실제 많은 중소형 조선사가 위기에 직면해 있어 채권은행들의 대출금 회수가 빨라지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만큼, 채권은행과 해당 조선사간 손실과 파산 우려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당국은 올초 중소 조선사 대상 채권은행단의 구조조정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결과 이 같은 익스포져 위험이 재차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현 상황을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내 한 고위 관계자는 "당초 금융감독당국이 예상보다 구조조정 대상이 적은 것으로 파악될 당시부터 이 부분에 대한 채권은행에 엄정한 평가를 촉구한 바 있다"며 "SLS조선 관련 익스포져뿐 아니라 현재 중소형 조선사 전체를 대상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