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 대인지뢰 공급 승인
“서방 겁주려는 것뿐” vs “위험한 시점”
키이우 美대사관, 대규모 공습 우려에 셧다운
핵무기와 제3차 세계대전 위협까지 거론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위험한 새 국면으로 접어들지, 그저 협상을 위한 말뿐인 위협에 불과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날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로 러시아 서부 군사시설을 공격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0km 사정거리의 에이태큼스(ATCMS)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러시아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대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핵 억제력 국가정책지침(핵 독트린)’을 개정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다만 러시아의 이러한 위협에도 미국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새로 수정된 핵 교리 발표를 둘러싸고 내놓은 발언에 불행히도 놀라지 않았다”며 “우리는 자체 핵 태세를 조정할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호전적이고 무책임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치인들의 관심 또한 전쟁보다는 차기 정부의 인선과 인준 절차 등 국내 정치 상황에 쏠렸다.
오히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대폭 강화하면서 불씨를 키웠다. 한 당국자는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인 지뢰 공급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6월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했는데, 자신의 정책을 뒤집으면서까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것이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국방 및 안보 싱크탱크의 선임 연구원 잭 와틀링은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이 일부의 우려처럼 러시아의 핵 대응을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각종 사보타주(파괴 공작)부터 무역 방해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서방에 비용을 부과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수십 년 동안 핵 위험을 추적해 온 하버드대의 매슈 번 교수도 뉴욕타임스(NYT)에 “이것은 미국과 유럽을 겁줘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떨어트리려는 것”이라며 “실제 러시아의 단기적인 핵 사용 가능성은 증가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다른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전쟁이 새로운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카네기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연구원은 “현재 상황은 볼로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확전의 상당한 유혹을 제공한다”며 “푸틴이 서방 지도자들에게 핵 갈등이나 러시아 조건에 따른 합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득하려 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핵 위협은 아닐지라도 교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미국 대사관은 20일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과 관련한 첩보를 받고 직원을 대피시키고 문을 닫았다.
한편 최근 발트해에서 잇따라 해저케이블이 절단된 것에 대해 러시아의 사보타주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러시아를 출항한 중국 선적의 선박 이펑 3호가 케이블이 절단된 무렵 인근을 지나가면서 수사 선상에 올랐다. 케이블 절단의 직접 피해국인 독일, 스웨덴, 핀란드, 리투아니아는 해저 케이블 절단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 “이 같은 상황은 우리 이웃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배경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