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부인 계정 해킹으로 갈등 본격화
올해 대법원 엑스 차단 명령으로 극에 달해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로산젤라 여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하루 앞두고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행사에서 “엿 먹어라, 일론 머스크”라고 말했다.
브라질은 18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이다. 영부인은 소셜미디어 네트워크를 규제하고 가짜뉴스에 맞서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도중 이 같은 욕설을 뱉었다.
그는 현장에서 누군가의 외침에 발언을 잠시 멈춘 후 “일론 머스크가 그런 것 같다”며 “난 당신이 두렵지 않다. 일론 머스크 엿 먹어라”고 외쳤다. 이후 논란을 의식한 듯 “당신(청중)이 엿 먹으라고 했으니 나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영부인은 머스크 CEO와 엑스 측이 사건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성명을 내고 “머스크는 나뿐만 아니라 매일 그가 소유한 플랫폼에 접속하는 수천 명의 여성에게 영향을 미칠 심각한 사건을 축소하고 있다”며 “플랫폼에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이들에게 책임을 묻도록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머스크 CEO는 “누군가 그의 이메일 비밀번호를 추측한 것이 어떻게 우리 책임이 되는지 불분명하다”고 맞섰다.
갈등은 올해 초 브라질 대법원이 엑스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면서 심해졌다. 당시 엑스가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극우 계정들을 삭제하라는 법원의 지시를 수용하면서 갈등은 3주 만에 일단락됐지만, 여진은 지속하고 있다.
영부인의 욕설 장면이 담긴 영상이 엑스에 떠돌자 머스크 CEO는 관련 게시물에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 “그들은 다음 선거에서 질 것”이라는 답글을 달았다.
브라질 대통령선거는 2026년 치러진다. 좌파 성향의 룰라 대통령은 직전 선거인 2022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간신히 이겼다. 당시에는 중남미를 중심으로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가 번지면서 룰라 대통령도 이익을 본 측면이 있었지만, 이후 정권 부패 등을 이유로 핑크 타이드가 꺾이고 아르헨티나와 미국 등 주변국에서 우파 물결이 다시 거세지면서 다음 선거는 장담할 수 없다. 애초 룰라 대통령은 불출마를 약속했지만, 최근 ‘필요하면 재출마할 수 있다’는 기조로 돌아선 상황이다.
영부인의 욕설 논란에 대통령실은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룰라 대통령은 영부인의 발언 후 “우린 누군가를 저주하거나 기분 상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