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달러 강세-원화 약세 국면에선 가만히 앉아서 달러로 환산한 투자 수익률이 하락하게 된다. 8월 이후 이달 13일까지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과 선물·옵션 상품 등을 모두 합쳐 24조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2.64% 내린 2417.08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2000조 원(1970조6632억 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지난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지수는 2.94% 떨어진 689.65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 팔자에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4.53% 내린 5만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020년 6월 15일(4만9900원) 이후 최저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날보다 3.10원 상승한 1406.60원을 기록했다.
환율을 고려한 코스피는 하락 폭이 더 컸다. 코스피 지수를 달러로 환산한 결과, 연초대비 16.16% 떨어졌다. 원화를 기준으로 하면 하락률이 8.97%였지만, 원화 가치 하락을 달러로 환산하면 감소세가 7.2%p(포인트) 커진 것이다.
과거에도 환율이 상승하던 시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환율 상승률이 3% 이상인 달의 코스피 하락 확률은 60%였다. 4% 이상이면 이 확률이 80%로 뛰었고, 5% 넘으면 100%였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이 미국의 강달러 환경에 노출된 가운데 한국은 경제 성장이 느려지고 11월 무역수지도 적자를 보고 있어 원화 약세 압력이 가중되는 모양새다”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한국 수출이 타격을 받으며 달러로 표시된 한국 증시는 외국인 이탈로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외 정책에 한국에 비우호적으로 바뀐다면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경기에 민감한 제조업 중심인 한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원화 환율 하락이 진정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감세 연장과 규제 완화 기대로 미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주식 투자를 위한 환전 수요가 꾸준히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학개미도 달러 강세를 부추긴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분석에 따르면 해외 주식·채권 투자의 증가와 환율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실제로 서학개미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5년 달러당 1070~1180원대를 오간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부터 줄곧 1300원대를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