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의협)이 취임 5개월 만에 탄핵 위기를 맞았다. 연일 불거지는 막말 논란과 의·정 갈등 조율 실패로 의사 사회의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 16개 시도 의사회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회의를 열고 임현택 회장 불신임,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등 안건 상정을 의결한다. 안건 상정이 의결되면 대의원회는 다음 달 10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안건을 표결한다.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임 회장은 2014년 노환규 전 회장 이래 불신임을 당한 역대 두 번째 의협회장이 된다.
의협 대의원회가 비대위 설치를 시도하는 것 역시 이번이 두 번째다. 8월 31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도 ‘의대 정원 증원 저지·필수의료 패키지 대응·간호법 저지를 위한 비대위 설치에 관한 건’을 표결에 부쳤지만,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 189명 중 131명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된 바 있다.
증원이 확정된 2025학년도 수능 시험이 11월 14일로 점차 가까워지고, 간호법도 제정되면서 임 회장에 대한 탄핵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오는 분위기다. 의·정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의협 회원들의 요구도 관철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크다.
취임 후 계속해서 불거지는 언행 논란도 임 회장의 신뢰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임 회장은 이달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매일 같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X소리 듣는 것도 지친다”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환자 단체와 대한조현병학회 등은 “특정 병명을 악의적으로 사용해 낙인을 영속시키는 행위”라고 임 회장을 비판했다.
최근 임 회장이 온라인에서 자신을 비방한 회원에게 고소 취하의 대가로 1억 원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탄핵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임 회장은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서울시의사회 간부를 고소했는데, 임 회장이 고소를 취하하는 대가로 5만 원권으로 1억 원을 가져오라고 하는 녹취가 공개된 것이다. 이런 언행으로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임 회장에게 등을 돌리고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임 회장이 물러나고 비대위 체제가 꾸려지면, 의사들과 정부의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대한의학회 등 일부 의사 단체는 22일 여야 의정 협의체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때 의협은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공의 단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그간 여러 차례 임 회장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의협과 전공의 단체 사이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이달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 회장이) 의협 이사를 통해 새로운 전공의 단체, 즉 괴뢰 집단을 세우려던 정황 역시 여기저기서 확인된다”라고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