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위 10위권 대형 건설사의 미청구공사액은 전년 동기(16조3695억원) 대비 6.96%(1조1394억 원) 증가한 17조5089억 원을 기록했다.
미청구공사는 일종의 미수금 성격을 띠어 회계상 손실이 아닌 자산으로 처리하지만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주처가 준공까지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곧바로 손실 전환된다. 발주처가 자금난에 빠지거나 경영 악화로 약속한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하면 시공사의 재무 건전성도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미청구공사액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건설로 전년 동기(4조9700억 원)보다 15.17% 늘어난 5조7242억 원이었다. 공사비가 높은 대형 현장이 타 건설사보다 비교적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액별로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사업(3230억 원) 사우디아라비아 마잔 가스처리 공장플랜트 공사(3158억 원) 베트남 꽝짝1화력발전소 조성 공사(3063억 원) 순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외 현장은 마일스톤(건설 공사에서 계약서에 지정된 공정단계) 도래 시 공사비를 회수할 예정이며 국내 현장은 올해 입주 단지가 많아 입주 잔금 회수로 자연스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미청구공사액은 2조5032억 원으로 상위 10개 건설사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상반기(2조4229억 원)보다 3.31% 늘었다. ‘평택 FAB 3기 신축공사’(4707억 원), ‘평택 4공장(P4) 신축공사’(2351억 원), ‘평택 3공장(P3) Ph3 공사’(1429억 원) 등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에서 높은 미청구공사액이 발생했다.
이 중 7000억 원은 올 7월 해소됐다. 평택 FAB 3기 신축공사의 경우 발주처인 삼성전자에 대금을 전액 청구해 모두 받은 상태이고, 3공장(P3) Ph3 공사 또한 같은 달 대부분 청구해 잔액이 남지 않은 상태다. 남은 미청구공사액 대부분은 해외 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아랍에미리트 원전(455억 원),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170억 원), 카타르 LNG 수출기지 탱크(1215억 원) 등이다.
미청구공사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대우건설로, 전년 동기(1조2513억 원) 대비 29.3% 늘어난 1조6175억 원을 기록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준공(3034억 원)으로 인한 미청구공사액이 늘어나는 등 주택 건축 부문의 영향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토목 부문에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406억 원), 해외 사업장에선 이라크 침매터널 공사(1221억 원)의 미청구공사액이 높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미청구공사액은 동종 업체 대비 평균 혹은 낮은 수준으로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해외 사업의 경우 나이지리아, 이라크, 베트남 등 거점 국가에서 수익성 높은 사업을 수주한 상태로 완공만 되면 미청구공사액은 수월하게 회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GS건설 7.7%(1조1878억 원→1조2801억 원) △HDC현대산업개발 4.03%(1조953억 원→1조1394억 원) △롯데건설 3.57%(1조7153억 원→1조7766억 원) △SK에코플랜트 1.75%(1조2020억 원→1조2230억 원) 순으로 증가 폭이 컸다.
포스코이앤씨(1조6653억 원→1조6188억 원)와 현대엔지니어링(1조4727억 원→1조4623억 원), DL이앤씨(9169억 원→8818억 원)의 미청구공사액은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공사비와 인건비 인상, 금융비용 상승이 맞물리며 건설사들의 재무 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 수주한 주택 착공물량이 늘며 못 받은 돈이 불어나면 이는 결국 외부 차입 증대로 연결돼서다. 기착공 현장들의 분양일정 연기와 후분양 전환, 분양실적 부진이 겹치는 경우 공사대금 회수 지연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진행사업장 상당수의 준공기일이 임박함에 따라 잔금 유입을 앞둔 현장들의 미청구공사액이 늘고 있다”며 “분양경기가 우수했던 2021~2022년 수주한 현장이 준공되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에 걸쳐 상당 부분 회수가 가능할 전망이나, 일부 지방 현장을 중심으로 미입주로 인한 매출채권회수 지연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