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2차 개표…현 대통령 3위로 탈락
IMF 재협상ㆍ빈곤지원ㆍ부패방지 공약 인기
국가부도 2년여 만에 처음 실시된 스리랑카 대통령 선거에서 22일(현지시간) 좌파 성향의 야당 총재인 아누라 디사나야케(55) 후보가 당선됐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디사나야케 인민해방전선(JVP) 총재는 좌파정당 연합인 국가인민동맹(NNP) 대선 후보로 나서 라닐 위크레메싱게 현 대통령과 사지트 프레마다사 제1야당 국민의힘연합(SJB) 총재를 제치고 승리했다.
디사나야케 총재는 이번 대선에서 42.3%(560만 표)의 득표율을 올렸다. 직전 2019년 대선에서 3% 남짓 득표로 3위에 그쳤으나 이번에 득표율이 급증하며 성공했다. 프레마다사는 32.8%, 현직 대통령은 17%의 득표율을 올렸다.
스리랑카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과반 득표 후보가 없어 2차 개표가 이뤄졌다. 선관위에 따르면 투표 자격이 있는 약 1700만 명의 유권자 중 약 75%가 투표에 참여했다.
디사나야케는 당선 확정 후 “우리는 이 나라를 바꿀 수 있고 안정적인 정부를 세울 수 있고...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저에게 이것은 입장이 아니라 책임이다”고 말했다.
직전 2019년 11월 대선에서 당선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정책 실패로 2022년 5월 국가부도를 선언한 뒤 시위대에 쫓겨 외국으로 피신했다. 그가 도피 전 총리로 임명한 위크레메싱게는 그해 7월 헌법에 따라 국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돼 전임자의 잔여 임기 2년을 채웠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9억 달러(약 4조 원)의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지원을 확보하고 채무 재조정 작업을 추진했다. IMF 요구로 증세와 에너지 보조금 폐지 등 긴축정책을 펼치면서 경기가 차츰 되살아났다. 올해 경제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위기 정점인 시기 70%까지 치솟았던 인플레이션은 0.5%로 완화됐다.
디사나야케가 이끄는 JVP은 의회에서 단 3석만을 차지했지만 강력한 부패 방지 대책, IMF 재협상, 빈곤층을 지원하는 더 많은 정책을 약속하며 인기가 높아졌다.
디사나야케 당선인은 23일 오전 취임한다. 스리랑카가 2027년까지 IMF 프로그램을 잘 수행하도록 해서 경제를 안정적 성장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안심시키고, 부채를 갚고, 투자자를 유치하고, 국민 4분의 1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