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공범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또다시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지난해 3월 1일부터 4월 초순까지 대구에서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투약했다. 소변 검사 결과 음성 반응이 나왔으나 모발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A 씨에게는 2022년 12월 15일 마약 판매상 B 씨에게 현금 15만 원을 받고 필로폰을 매매한 혐의도 적용됐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다만 필로폰 매매로 인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공범 관계에 있는 B 씨에 대해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을 A 씨가 부인하고 있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검찰과 A 씨가 모두 항소했고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필로폰 매매 혐의도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올해 5월 대구지법은 A 씨에게 징역 2년과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 15만 원 추징 명령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수집된 증거라면 오히려 증거능력의 범위를 확대해 법관에게 더 많은 증거를 토대로 증명력을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실체적 진실 발견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며 “이 사건 각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상 요건을 모두 갖추었으므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 사건 각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해 내용 부인 취지에서 ‘증거로 사용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음을 알 수 있다”며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제3항에 따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필로폰 매매로 인한 부분이 파기돼야 하는데 원심이 필로폰 투약 부분과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했다”며 “원심 판결 전부를 파기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