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잘 가라 친윤, 다신 보지 말자

입력 2024-07-23 06:00 수정 2024-07-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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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정일환 부장
▲정치경제부 정일환 부장

퀴즈를 하나 풀어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튼 소속 한국인 축구선수 이름 맞추기다. 16일(한국시간) 경기 도중 그가 상대 선수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하자 팀 동료가 주먹을 날리다 퇴장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미 꽤 많은 분이 자신 있게 “황희찬”을 외쳤겠지만, 진짜 퀴즈는 이제부터다. 우선 황희찬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상대 선수 이름은? 그럼 그가 속한 팀은? 그날 경기는 몇 대 몇으로 누가 이겼는지?

황희찬이 인종차별 당한게 중요하지, 그런 것까지 알아야하는지 불편하신 분들은 축구 얘기하자는게 아니니 노여움을 거두시길 바란다.

여당에는 천재가 있는게 틀림없다. 국회 병풍이 되다시피한 참패 정당의 전당대회를 시끄럽게 만들어 유권자들의 흥미를 유도하더니, 한창 여의도 대통령 놀이로 신난 압승당 당수의 존재감까지 지워버렸다. 뿐인가, 자칫 채상병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관심을 끌라치면 갑자기 의자가 날고 치타가 내달리는 액션활극을 펼쳐 눈길을 여당에 고정시켰다. 싸움 구경만한 재미가 또 있던가.

여당 주류였던 ‘친윤’을 민심의 급류에 내던져 떠내려보내는 정화 작업도 솜씨가 좋았다. 친윤 세력은 공작정치에 찌든 오래되고 못된 습성을 드러내면서 한 번, 씨알도 안먹히는 어설픈 작전으로 스스로 밑바닥을 내보이며 또 한번 제 발밑을 팠다. 덤으로 그 공작질에 몸을 실어 물줄기를 거꾸로 돌려보려던 여당 중진들은 권력을 농단할 실력조차 없음을 모두가 보게 됐다.

물론 후유증은 오래가고 강할 것이다. 뒷날 야당이 “축제로구나” 춤추며 써먹을 재료를 마구 던져줬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감히 예상컨대, 여당에 대한 유권자의 기억은 뒤죽박죽 섞이기 시작할 것이다. 다행이면서 동시에 불행하게도, 우리 유권자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은 과하고 관찰은 박하다. 여름 휴가 시즌이 끝날 때쯤 유권자들 머릿속에 남은 것은 국민의힘 새 당대표 이름 세 글자와 뭔가 한심하고 분절된 반투명 기억일 것으로 예상해본다. 낙마한 후보들이 떠들던 증오의 단어나 의자가 날아다닌 막장, 심지어 새 당대표 말고 누가 출마했었는지조차 잘 기억나지 않을지 모른다.

무슨 헛소리냐 싶다면 앞서 퀴즈에서 황희찬 말고는 기억나는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시기 바란다. 그게 어떻게 같냐 욕이 올라오시면 2년 전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 자리에서 쫓겨난 일을 되짚어 보시라. 정치쪽과 관련된 직업을 갖지 않았는데도 당시 누구누구가 작당해서 당 대표에게 집단 린치를 가했고 무슨 명분으로 그의 당원권을 박탈했으며, 어떤 꼼수를 동원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몰아갔는지 기억난다면 정치병 증상이 의심되니 서둘러 치료받고 일상으로 돌아가시라고 조언드린다.

이번 시나리오를 짠 천재는 앉아서 천리, 서서 구만리 보듯 빅픽처를 마련한 것이 틀림없다. 전당대회를 빙자한 자폭 대잔치는 끝났지만, 여당에서 시선을 뗄 수 없는 막장 시리즈 2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차기 권력을 탐하는 2인자로부터 영부인을 지키려는 대통령의 로맨스가 시작된다.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모습으로 세력 확장을 꾀하려는 여당 대표의 권모술수와 권력이냐 영부인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현직 대통령의 딜레마. 액션활극에서 권력 암투와 로맨스가 어우러진 정치 드라마로 장르를 바꾸는 시즌 2는 벌써 채널 고정, 정주행, 몰아보기 욕구가 샘솟는다. 야당도 막장이라면 여의도에서 한 칼 먹어주는 정파지만, 90%의 득표율로 어버이 수령을 뽑는 인민공화국식 갬성으로는 시선을 뺏기에 역부족이다.

국민의힘이 숨겨둔 어둠의 설계자, 그는 대체 몇 수를 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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