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랑아 단속’을 명분으로 외딴섬에 세워졌던 선감학원에서 강제노역, 폭언‧폭행 등의 가혹 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또다시 나왔다. 법원이 책정한 위자료 지급 기준도 앞선 판결보다 크게 늘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30민사부(정찬우‧전준영‧정문기 재판장)는 11일 이모 씨 등 선감학원 피해자 3명이 국가와 경기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와 경기도가 원고 3명에게 각각 3억7000만 원, 2억7000만 원, 5억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선감학원은 일제가 부랑아 격리‧수용을 목적으로 세운 시설로, 1946년 2월부터 1982년 9월까지 운영됐다. 당시 경찰을 포함한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아동‧청소년들을 연행해 선감학원에 가뒀고, 강제 노역과 고문‧학대 등의 반인륜적 행위가 벌어졌다.
재판부는 “선감학원 원생들은 경찰관 및 공무원들의 조직적 단속에 의해 강제 연행됐으므로 국가는 모든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경기도 역시 오랜 기간 선감학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경기도 도지사의 지휘 감독하에 수용 아동들을 상대로 가혹 행위를 해 손해배상의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 원을 기준으로 위자료를 책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강제수용 당시 10세 이하의 어린 아동들이었고 학령기였지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이 사건은 국가와 지자체가 적극 개입해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그 위법성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 강제 수용이 있던 때로부터 약 50년 이상이 지났지만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선감학원 피해자들에게 국가‧지자체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첫 판결에서 법원은 소송을 낸 피해자 13명에게 1인당 2500만 원에서 4억 원 상당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다. 이달 4일 있었던 소송에서는 국가와 경기도가 피해자 7명에게 3000만 원에서 3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두 소송 모두 수용 기간 1년당 5000만 원을 기준으로 위자료가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