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독일의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는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2050년까지 전 세계 소득이 20% 가까이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경제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폭염·가뭄·폭우 등 극심한 기후 변화가 농작물 생산에 영향을 미치며 금사과·금배추·금파 등 먹거리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극한 날씨로 인해 물가가 치솟는 현상을 일컫는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이다.
기후가 곧 ‘경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후 위기에 맞서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투어 RE100을 선언하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겠다는 지침을 세우고 있다. 이제 기후위기 대응은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여기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환 비용’(6조 달러)은 기후위기를 방치했을 때 발생하는 ‘손실 비용’(38조 달러)의 6분의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됐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이 이익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원전 일변도로는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외면당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그 증거이다. 지난해 초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는 이미 기존의 30.2%에서 21.6%로 후퇴했다. 이번에 발표된 제11차 실무안에서는 여전히 21.6%를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을 끝까지 고수한다면,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비중 최하위라는 오명을 결코 벗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 대응이 곧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경제적 선택이라는 관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의 현재 에너지 정책 방향과는 다르게, 국제기구들은 재생에너지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수단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세계적 추세에 맞춰 전력 생산과 소비 체제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
25일 ‘탄소중립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안’(탄소중립산업법)을 발의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제22대 국회에서는 국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이끌어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탄소중립법은 탄소중립산업 특화단지를 비롯하여 국내 탄소중립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효율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대전환을 위한 경제기반 구축을 골자로 한 것으로 앞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국회가 이끌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제22대 국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과감한 기후정치로, 퇴행하는 에너지 정책을 바로 세우고,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을 위한 실질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탄소중립산업법을 시작으로 앞으로 기후 경제로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입법적·정책적 조치를 확대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