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재명의 ‘원영적 사고’

입력 2024-06-10 06:00 수정 2024-06-1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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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가 충돌하는 지점인 것 같다. 대중들의 판단이나 흐름 자체를 우리가 부정할 수 없고 흘러가고 있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들이 낙점한 ‘추 장군’이 국회의장이 안 됐다고 줄지어 탈당하는 강성 당원들을 달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그는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강성 당원들의 뜻을 20% 반영할 명분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가 말하는 직접민주주의의 대상이 되는 민주 당원은 250만 명이다. 두 달 전 총선에서 확정된 총유권자 수가 약 4400만 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주 당원은 전체 유권자의 5% 수준이다. 고작 5% 강성 당원의 의견을 ‘거스를 수 없는 과업’이라고 규정하는 건 지나친 ‘원영적 사고’가 아닐까. 오히려 개의 꼬리가 몸통 전체를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에 가깝겠다.

지난 총선 전후 만나봤던 복수의 민주 당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인물상을 원했다. 이른바 ‘경쟁자를 적으로 간주할 수 있는 정치인’을 찾은 것인데, 하버드대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2018년에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민주주의 붕괴 요인으로 본 대목과 일치한다.

정치의 본령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가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일인데, 민주당은 21대 국회 마지막 채상병 특검법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물론 보란 듯이 거부권 행사를 한 윤석열 대통령도 잘한 건 없다. 이후 민주당은 공공연하게 탄핵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국회법에 따라 탈당해 무소속이 되는 국회의장의 중립성은 일찌감치 부정당했다. 야당 단독으로 개원한 22대 국회에선 그들의 1호 법안인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 지급을 골자로 하는 ‘민생위기극복 특별법’을 밀어붙일 심산이다. 국민 절반이 반대하는 건 상관없다.

우리라고 베네수엘라나 터키, 헝가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당장 미국만 봐도 극단주의는 더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예약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끔은 복수가 정당화될 수 있다”며 다시 집권한다면 ‘사법 보복’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2021년 1월 상상도 못 했던 미 국회의사당 무력 점거 사건이 다시금 연상되는 이유다.

레비츠키와 지블랫을 더 인용하자면 이들은 “폴 라이언이나 미치 매코널, 마르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 등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공화당 인사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질타했다. 최소한의 민주주의 규범이 무너지는 모습을 방관한 정당의 ‘문지기’를 질타한 것이다. 최근 민주당에는 사당화를 우려하는 말이 스멀스멀 나온다. 민희진의 ‘맞다이’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지만, 마지막 보루는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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