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우리 사회의 자가면역질환 징후

입력 2024-06-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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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흥망성쇠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뛰어난 지도자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힘을 길러 주변을 차례차례 평정하고 지지자들이 급속도로 늘어 세력이 커지면, 과거에는 강대국이었으나 지금은 허약해진 이웃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켜 승리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겁니다.

이어 의욕적으로 체제를 정비하고 인재를 등용함으로써 나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합니다. 부가 쌓이고 평화가 지속되면 발전에 대한 동력을 상실한 채 이미 쌓여있는 부를 더 많이 차지하는 데 골몰하게 되면서 분열과 정쟁을 반복하다 서서히 쇠약해지고, 자기들이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주변의 신흥세력에게 패망하는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죠. 결국 나라가 망하는 데 있어 외부의 적은 종속변수이고, 내부의 문제가 더 큰 원인임을 역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질병도 그렇습니다. 과거엔 페스트, 콜레라, 천연두, 홍역, 독감 등 외부 균에 의한 질병이 큰 위협이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암, 고혈압, 당뇨병,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등 우리 몸의 내부 이상으로 생기는 병이 더 큰 골칫거리입니다.

눈에 잘 보이는 피아가 확실한 외부의 적을 일치단결하여 물리치기가 쉬울까요? 아님 잘 보이지도 않고 피아가 확실하지도 않기에 일치단결하기도 어려운 내부의 적을 물리치기가 쉬울까요? 항생제나 항바이러스로 외부에서 들어온 균은 단기간에 치료가 가능하지만, 우리 몸의 내부 문제로 생기는 병들은 평생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는데 좀 이르다 싶으면 일부러 버스정류장에 앉아 병원 도착시간을 조정합니다. 겨울엔 의자가 따뜻하고 여름에는 에어컨이 있어 시원하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다른 나라 버스정류장도 이럴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좋은 것을 우리 자식 세대들이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이 일기도 합니다.

외부의 적들도 만만찮은데 우리나라가 이권 챙기기에나 몰두하고, 적은 아니고 다른 편일 수도 있는데 자기 몸을 적으로 잘못 인식해 파괴하는 자가면역질환처럼, 자기편이 아니면 무조건 없애야 하는 적으로만 인식하는 난치병에 걸린 환자 같기 때문입니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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