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검찰 공소권 남용 최초 인정…“자의적으로 행사”
‘파면할 정도인지’ 판단이 쟁점…법조계 의견 엇갈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걸린 헌재 상징. (박일경 기자 ekpark@)](https://img.etoday.co.kr/pto_db/2022/12/600/20221222172329_1833378_1200_966.jpg)
현직 검사 중 최초로 탄핵심판대에 오른 안동완(53·사법연수원 32기) 부산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심리가 20일 본격 시작된다. 헌법재판소는 ‘중대한 법 위반’이 있는지 따져 안 검사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20일 오후 2시 안 검사의 탄핵 심판 사건 첫 변론기일을 연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지 약 5개월 만이다. 앞서 헌재는 이달 1일 첫 변론기일을 잡았으나 청구인 측이 연기 신청을 하면서 미뤄졌다.
탄핵을 청구한 국회 측에서는 김용관(21기) 법무법인 백송 대표변호사, 김유정 변호사(41기)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안 차장검사 측에서는 이동흡(5기) 전 헌법재판관과 고흥(24기) KDH 대표변호사, 김후균(28기) 해광 대표변호사·은연지(변시 10회)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나선다.
이번 탄핵심판 쟁점은 검찰이 2010년 유우성 씨 대북 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후, 2014년 안 차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검사 재직 당시 유 씨를 같은 혐의로 재차 기소한 것이 위헌·위법한지 여부다.
유 씨는 2011년 북한이탈주민 전형으로 서울시 공무원으로 취업해 근무하던 중 국내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2013년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이 유 씨의 북한 출입기록 등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고, 유 씨는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자 검찰은 앞서 기소유예 처분했던 유 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다시 꺼내 추가 기소했다. 기존 판단을 뒤집고 다시 기소를 진행하면서 유 씨에 대한 ‘보복 기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대법원은 2021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이고,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위법으로 볼 만하다”며 무죄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첫 사례였다.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안 검사의 탄핵심판 사건 첫 준비절차기일에서는 ‘공소권 남용’을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국회 측 대리인은 “안 검사가 위법하게 공소를 제기한 뒤 대법원에서 ‘공소권 남용’이라는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유 씨는 불필요한 재판을 받는 등 피고인 신분을 유지하며 불이익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안 검사 측 대리인은 유 씨에 대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관해 새로운 사실이 발견돼 공소를 제기한 것일 뿐 직권남용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 측에서 ‘보복 기소’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입증이 전혀 안 됐다”며 “프레임을 붙여 탄핵 소추까지 오게 된 게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유가려 씨가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국정원 고문 수사관 1심 속행 공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https://img.etoday.co.kr/pto_db/2022/06/600/20220616160338_1765171_1199_905.jpg)
탄핵심판은 위법행위가 헌법을 위배했는지, 헌법·법률 위배 정도가 파면 결정을 내릴 만큼 중대한지 판단을 내리는 절차다.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대법원 판단이 있더라도, 현직 검사의 지위를 박탈할 수준인지 헌재가 독립적으로 따져보는 것이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 씨는 1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된 것으로 안다”며 “항소심에서 검사의 기소가 부적절하다고 뒤집힌 것인데, 그것만으로 중대한 탄핵 사유로 인용되진 않을 듯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헌재는 2004년 2월 노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당시 여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을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라 판단했지만, 직을 박탈할 정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취재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만큼 고의성·능동성이 없고 경미한 사안이라고 결론 내렸다.
반면 서초동 한 변호사는 “헌재가 대법원을 비롯해 다른 법원 판단에 구속되는 건 아니지만, 존중하고 인정할 필요는 있다”며 “검사는 해임 절차가 굉장히 까다롭고 자체 감찰로 징계를 내리기도 어렵다. 헌재가 중대한 법 위반인 공소권 남용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내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