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근의 우주 속으로] ‘우주강국 도약’ 꿈 이루려면

입력 2024-0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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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근 한국국가전략硏 미사일센터장/前한국항공대 교수

위성-발사체 개발 독점 폐해 깨고
민간주도 강화해야 산업역량 커져
항공우주청 기능·역할 선명히 해야

지난 주 우주항공청 관련 법률안 3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르면 5월에는 우주항공청 설립이 가능해졌다. 과학기술정통부는 지난 주 브리핑에서 우주항공청의 주요 기능과 역할을 우주항공 정책수립, 연구개발, 산업육성 및 국제협력 등을 제시하였다. 정부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발맞추어 민관협력을 통해 우주항공산업 투자를 대폭 확대하여 2045년 세계 시장의 10% (420조 원 규모)를 점유함으로써 세계 5대 우주강국으로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신설되는 우주항공청 조직의 특성은 주로 연구개발과 산업육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브리핑에서 군사목적의 위성 및 발사체, 우주무기 등의 개발과 우주감시활동 등은 국방부, 우주안보 업무는 국정원, 외국과의 우주 관련 협정은 외교부가 담당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결국 신설되는 우주항공청은 그동안 과기부와 산업부가 수행했던 역할을 단순 통합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이러한 우주부문의 부처별 역할분담이 21세기 우주전략에 부합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우주분야의 컨트롤 타워로서 우주항공청의 역할이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의 우주전략이 과학기술 전담부처 중심으로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있었다면, 이제는 범부처적 성격의 복합적인 우주전략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저궤도 군집위성을 이용한 우주공간에서의 상업적 활동이 동시에 군사적 활동이 되는 민군겸용의 특성을 지닌다는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명확히 확인하였다. 우주자산의 획득 측면에서 국방과 상용 우주자산을 별개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국방우주정책의 수립 및 우주자산의 소요제기는 국방부에서 하더라도 국방우주자산의 획득과 관련 제반 우주활동은 우주항공청에서 통합하여 추진함으로써 중복을 방지하고 국가재원의 효율적 활용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의 연구개발 기능과 역할의 중복성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는 못한 듯하다.

과기부는 브리핑에서 일단 항우연을 우주항공청 소관으로 이관하고 항우연의 자체 연구개발 기능은 그대로 두되 우주항공청은 설계연구나 개념연구 등을 하며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어 간다고 했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는 정부 우주개발사업(설계, 제작, 조립 및 시험 포함)조차도 궁극적으로 민간주도로 가야 우주산업 역량증진이 가능하다. 항우연은 민간업체가 수행하기 어려운 첨단우주기술 연구 및 경제성이 낮은 우주탐사 등의 연구업무에 초점을 두는 것이 맞다.

우주기관 사이의 역할분담이 모호하면 우주항공청, 항우연과 우주산업체가 정부우주사업을 두고 경쟁하는 형국이 될 수 있다.

그동안 과학기술부 중심의 우주개발사업은 항우연이 모든 위성 및 발사체 개발을 독점하는 폐해로 이어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주산업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는 새롭게 전개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우리나라가 글로벌 우주산업화 경쟁에서 성과를 낼 수 없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투자도 어렵고 뉴 스페이스 스타트업의 탄생도 쉽지 않은 것이 국내 뉴 스페이스 생태계의 현실이다. 아직도 국내 우주분야의 투자는 대부분 정부 예산에만 의존하는 ‘올드 스페이스’ 개념에 머무르고 있다.

기존 정부의 우주개발계획도 실질적 우주산업 육성을 고려하는지 의문이다. 미국 나사는 상업용궤도운송서비스 프로그램을 통해 민간업체인 스페이스X를 지원하여 재사용 로켓을 사용한 팰컨9 발사체를 개발했다. 저궤도로의 운송비용을 현저히 절감하여 세계 위성발사 수요의 약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재사용 로켓을 사용하는 발사체를 개발하는 민간업체는 세계적으로 25곳이 넘는다. 여기에는 다수의 뉴 스페이스 스타트업 기업도 포함된다. 우리의 경우 작년 5월 3차 발사에 성공했던 누리호 발사체는 소모성 발사체다. 정부는 후속사업으로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을 항우연과 민간업체의 공동개발 형식으로 추진 중이다. 2032년 발사 예정인 이 발사체도 재사용 발사체는 아니다. 결국 우리의 발사체프로그램이 재사용엔진을 사용한 상용서비스를 목표로 한다면 2032년 한참 이후가 될 것이며 그나마 해외 재사용 발사체와의 경쟁력은 없어 보인다.

늦게나마 우리나라 우주분야 컨트롤 타워가 신설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우주의 복합적 특성을 고려하여 범부처적 역할을 수행하는 우주항공청의 기능과 역할 정립은 더욱 중요하다. 설립에는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세계적인 우주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국방, 안보, 우주산업, 우주탐사, 우주외교, 우주활용서비스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적 역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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