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과유불급(過猶不及)

입력 2024-11-1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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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으로 뛰어올라가는 발걸음이 숨 가빴다. 환자는 서서히 의식이 나빠지고 있었고, 호흡과 혈압도 불안정했다.

“갑자기 혈압과 의식이 나빠진 원인이 뚜렷하질 않네요.” 담당 외과 선생님의 보고였다. 환자의 병력을 확인하고 진찰했지만 나 역시 확실한 진단을 내리진 못했다. 그러는 동안 환자의 상태는 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었다. 주사제 투여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환자의 팔목과 손을 관찰하던 때, 마침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그래. 역시 그거였어! 이젠 됐다.” 내 얼굴에 슬며시 피어난 미소를 보며 보조하던 간호사가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프레드니솔론을 주사해 주세요. 부신 기능저하증 때문이네요.” 굽은 손가락 관절, 갈색의 피부 반점, 둥근 얼굴과 두꺼워진 목 그리고 가는 팔다리가 환자가 류마티스 관절염과 동반된 쿠싱병을 앓고 있으며, 현재는 부신 기능저하증이 동반되어 나타난 합병증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치료를 받으며 환자의 의식도 돌아왔고 생 징후(vital sign)도 안정을 되찾았다.

관절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는 그동안 여러 병원에서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아왔고,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투여된 이 약물로 인해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던 부신(adrenal gland)이 억제되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결과였다. 우리 몸은 부족한 것을 채우고 남는 것은 버리는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원치 않게 밖에서 인위적으로 투여되는 약물로 인해 그것이 깨지고, 장기(臟器)는 서서히 퇴화하여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의식을 잃었던 환자처럼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요즘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건강에 좋다는 약과 식품들에 대한 광고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확인된 제품을 필요에 따라 선택해 정량으로 복용한다면 괜찮겠지만, 무턱대고 몸에 좋다는 말만 믿고 이것저것 복용한다면 오히려 우리 몸에 작용하던 복원력과 항상성이 깨지고 자칫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는 비단 우리 몸에만 해당하는 현상은 아니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며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를 대할 때면 때론 넘치는 것보단, 부족함의 지혜가 더 필요함이 느껴진다.박관석 보령신제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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