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친분이 있는 응시자가 탈락하자 이를 구제하기 위해 서류전형 재검토를 지시하는 등 공직유관단체에서 공정채용을 위반한 사례를 적발하고, 채용 비리 관련자를 수사 의뢰하거나 징계 요구했다고 6일 밝혔다.
권익위는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과 공동으로 825개 공직유관단체에 대한 채용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총 867건을 적발해 채용 비리 관련자 68명을 수사 의뢰하거나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공직유관단체가 지난 한 해 동안 실시한 신규 채용 절차를 법령·상위지침·자체 규정에 따라 실시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공정채용 위반사례 적발 기관은 조사를 시행한 825개 기관 중 55%에 달하는 454개 기관으로, 여전히 채용 공정성 훼손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적발된 867건의 공정채용 위반 사례 중 '수사 의뢰'와 '징계 요구'는 총 44건이었다.
이 중 법령을 위반해 채용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주는 등 인사의 공정성을 현저하게 해친 2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했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한 단체의 사무국장 A 씨는 과거 채용 과정에서 본인이 채용계획 수립과 인사위원회 개최, 공고 등 채용 과정에 결재 및 관여했음에도 같은 채용에 응시해 최종 합격했다. 이 과정에서 단체의 기관장은 사무국장에게 유리하도록 서류심사 평가 기준을 강화했다. 또한, B 기관장은 차장 채용 분야 서류전형에서 친분이 있는 응시자가 탈락하자 응시자를 구제하기 위해 서류전형 재검토를 지시했고, 일부 심사위원의 채점 결과 배제 또한 지시해 응시자가 최종 임용됐다.
아울러 권익위는 채용 과정에서 합격자나 응시자의 평정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과실 등 42건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채용계획 수립 전 감독기관 협의를 하고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위반한 사례(7건) △채용 주요사항을 누락해 공고하거나 의무적 공고일수 단축 운영 등 공고·접수 절차를 위반한 사례(5건) △심사위원 구성·운영 부적정 및 서류·면접 부실심사 등 심사단계 절차를 위반한 사례(17건) △국가유공자 가점 오적용 등 합격자 결정단계에서 절차를 위반한 사례(13건) 등이 있었다.
이외에 각 공직유관단체 감사·징계 기준에 따라 채용 과정에서 업무 부주의로 인한 '주의·경고' 사항은 총 823건으로 확인됐다. 권익위는 향후 채용 비리 관련자 68명(임원 5명·직원 63명)에 대한 처분과 채용 비리 피해자(14명)의 구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그 이행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권익위는 채용 비리 사후 적발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을 위해 공직유관단체를 대상으로 채용 관련 사규 컨설팅을 실시하고, 331개 기관에 총 8130개 항목을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공직유관단체에 대한 개선 권고가 빈발한 항목은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취업 지원 대상자 가점 및 동점자 우대 준수 △차별 소지가 있는 질문 금지 등 면접위원 사전교육 관리 강화 △퇴직 후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 위촉 금지 등 외부위원 위촉 요건 명시 등이었다. 권익위는 올해부터 3개년에 걸쳐 모든 공직유관단체에 대한 채용 관련 사규 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공정한 채용 과정을 통해 누구나 당당하게 실력으로 경쟁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번 전수조사 및 채용 규정 컨설팅 결과가 채용 비리 근절과 공정채용 문화 정착의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민권익위는 국민들이 만족할 수준까지 공공부문 채용 공정성을 확립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