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장혜영 '세번째권력'도 예열
합당·연대 열어뒀지만 '先자강' 행보
유력주자 없고 존재감 희미…의석 확보 불투명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전·현직 의원들이 추진하는 소위 '제3지대 신당'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단 중도·무당층에 소구력 있는 대권주자가 없는 데다 사실상 모든 정치 이슈를 양당이 빨아들이고 있는 만큼 희미한 존재감은 최대 고민 지점이다. 이들이 숱한 신당 실패 사례를 딛고 국내 정치권을 양분한 거대양당 카르텔을 넘어 총선에서 살아남을지 주목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주도한 신당 '한국의희망'은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을 지낸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상임대표를, 양 의원은 공동대표를 맡았다.
양 의원은 "우리는 이미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거대 양당의 독과점 정치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며 "시작이 반이고 나머지 반은 이 일을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의심을 지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 기득권을 깨부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때론 폄훼, 탄압도 당하겠지만 그럴수록 여기 있는 당원과 국민들을 믿겠다. 오직 여러분을 믿고 두려움 없이 나아가겠다"고 했다.
이날 창당대회엔 양 의원과 마찬가지로 창당 의지가 있는 금태섭 전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이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금 전 의원은 오는 19일 서울 영등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신당 '새로운선택' 창당발기인대회를 열 계획이다. 류 의원은 같은 당 장혜영 의원과 조성주 정치발전소 이사장 등과 정치그룹 '세번째권력'을 결성해 창당 내지 제3지대 신당 참여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한국의희망·새로운선택·세번째권력 모두 연대·합당 여지를 닫아 놓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개별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제 막 신당이라는 싹을 틔우는 상황에서 약간의 덩치만 키우는 수준의 '묻지마식 통합'보다 '선(先)자강'이 실질적으로 유효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제3지대 신당을 추진하는 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리 모두가 지금 당장 뭉친다고 해서 시너지가 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야말로 그냥 망하는 길"며 "총선 너머까지 본다는 마음으로 제대로 된 비전을 내놓고 민심에 스며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전했다.
특히 당내 구심점으로서 최소한의 스피커 역할을 할 거물급 정치인이 없는 점은 현 신당그룹이 모두 안고 있는 숙제다. 설령 대권주자가 있는 군소 신당이라 해도 거대양당에 비해 조직·자금력이 현저히 낮고 영·호남, 보수·진보 지지층이 극명하게 나뉜 상황에서 당원을 확보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21대 총선과 20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과 새로운물결을 각각 창당했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김동연 경기지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 의원은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김 지사는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와 단일화했다. 마찬가지로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에, 새로운물결은 민주당에 각각 흡수 통합됐다.
이제 막 깃발을 들어올린 한국의희망과 새로운선택이 구체적인 내년 총선 목표 의석을 거론하며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이전 사례를 돌이켜 볼 때 의석 확보는커녕 존폐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제3지대 신당은 무당층을 기대하지만 정치 혐오형 무당층은 투표 자체를 하지 않아 끌어들이기 어렵다"며 "결국 기존 정당의 지지층을 데려와야 하는데, 그만큼 호소력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웬만한 대권주자가 있다면 조금 낮지만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그다지 없다. 자신들도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수정당의 불모지인 호남을 기반으로 둔 양향자 의원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끌어들일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