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중독 치유하는 ‘생명의 흐름’

입력 2023-08-22 05:00 수정 2023-08-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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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 시음 행사라며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음료를 나눠주고 마시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음료는 필로폰과 엑스터시가 섞인 마약 음료수였다. 쉽게 큰돈을 벌려는 사악한 무리들이 청소년에게까지 손을 뻗은 것이다.

이어 6월에는 비행 중인 여객기 내에서 10대가 비상문을 열려다 난동을 부린 사건이 있었다. 그는 필리핀에서 필로폰을 불법 투여하고 귀국 비행기에서 ‘한국 권력층에게서 공격받는다’는 망상으로 그렇게 했다며 횡설수설하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거주하는 탈선한 외국인을 제외하고 국내는 마약 청정 지역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연이어 10대 청소년 관련 마약 범죄가 발생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10대까지 스며든 마약 … 청정국 지위 무너져

의학적으로 마약 중독은 신경 전달 물질의 하나인 도파민과 관련되어 있다. 도파민은 기분과 보상 및 동기 부여에 영향을 미치는 뇌 화학 물질이다. 도파민은 기쁨과 보상의 순간에 증가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그것은 뇌 전체의 뉴런과 상호 작용하는 화학적 메신저이다. 너무 높거나, 너무 낮으면 우리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조현병 환자의 뇌에서 도파민 분비조절 장애가 관찰되고,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도파민 분비가 줄게 된다. 마약을 비롯하여, 니코틴, 알코올 등은 뇌에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여 순간적으로 비현실적인 행복을 느끼게 한다. 지속적으로 중독성 물질을 사용하게 되면 뇌는 정상적인 도파민 반응에서 벗어나, 마지막에는 중독 물질 없이는 기쁨과 보상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마약 중독자들은 대부분 망상이나 환각과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경험한다. 망상은 현실과 맞지 않는 잘못된 생각과 믿음을 말한다. 약물 복용 후 생기는 대표적인 망상은 남이 자신을 해칠 것이라고 믿거나 누군가 나를 감시한다는 피해 망상이다. 배우자의 정절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의처증, 의부증인 부정 망상이 가족들에게 가하는 고통은 극심하다. 억만장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과대 망상, 신체의 일부분이 벌레에 감염되었다고 생각하는 신체 망상도 있다. 환각 증상도 수반한다. 환각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각종 감각으로 느끼는 것을 말한다.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듣는 환청이 가장 흔하고, 심지어 시각, 감각, 후각, 미각의 환각도 있다.

특별히 청소년기는 뇌가 발달하는 시기로, 사리 분별, 판단력을 주관하는 전두엽과 감정, 행동, 욕망을 조절하는 변연계가 아직은 미숙하여 약물중독에 매우 취약하다. 뇌가 발달하는 민감한 시기에 약물에 노출되면 뇌손상을 일으켜 약물을 더욱 끊기 어렵고 갈수록 헤어 나오기 힘들어진다. 성인에 비해 청소년이 중독에 취약한 이유이다. 중독성 물질은 호기심에라도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마약에 빠지는 것일까? 어떤 이들은 쾌락을 좇다가 호기심으로, 누군가는 삶이 힘들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고, 또 어떤 이들은 일의 능률을 높이려고 중독 물질의 유혹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다양할 수 있으나 결국 그 배경에는 숨은 문제가 있다. 중독의 문제를 깊이 파고들다 보면 사람들 모두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누군가에겐 마약으로, 알코올로, 도박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마음속 공허로 중독에 빠져 … 생명력 불러일으켜야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저마다 커다란 구멍이 하나씩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에 이러한 공허를 메우려는 욕구가 있다. 돈, 학식, 명예, 인기, 칭찬이나 심지어 쇼핑, 드라마, 영화, 게임 등으로 그 공허를 메우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끝나면 자신의 삶의 자리에 여전히 남아 있는 공허함을 마주하게 된다.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은 마음속 공허는 내 마음속에 생명력을 불러일으킴으로써만 메울 수 있다고 하였다. 내 안의 상처와 중독, 집착의 흐름을 ‘생명의 흐름’으로 바꾸어야 치유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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