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 “올해 주총서 정관 변경 어렵다” 의견…실무 차원 논의 더 필요할 듯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이하 상장협)는 지난 3일 배당을 시행하는 시가총액 상위 대기업과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배당절차 개선 설명회를 열었다. 오는 17일에는 일반 상장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추가로 열 예정이다.
이날 설명회는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말에 발표한 ‘배당절차 개선방안’ 연장선으로 마련됐다.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정하고, 그 다음해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하는 관행을 바꾸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배당금을 얼마 받을 지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하는 것이 글로벌 추세에서 역행한다는 것이다. 미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배당액을 먼저 확정한 후 배당받을 주주를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와 법무부는 상법(제354조)에 대해서도 “주주총회에서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결정하는 주주를 정하는 의결권 기준일과 배당을 받을 자를 정하는 배당기준일을 분리해 주주총회일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유권해석도 내놓았다.
기업들은 배당절차 개선을 하려면 다음 달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해야 한다. 문제는 주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관 변경안을 만들어 안건을 상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상법(제363조)에 따르면 주총을 소집할 때에는 주주총회일의 2주 전에 주주에게 서면으로 통지를 발송해야 한다. 작년 삼성전자의 경우 살펴보면 3월 16일에 예정된 정기주총과 관련한 전자공시를 한 달 전인 2월 15일에 공시했다. 전자공시에는 주총 의안도 모두 게재된다.
주총 한 달여전에 전자공시를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다음 주 중에는 배당절차 개선과 관련한 정관 변경안을 준비해야 한다. 회사의 상황에 맞게 안건을 정리하고 경영진 최종 승인까지 받기까지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배당 절차 개선이 유권 해석으로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 적용했을 때 영향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판단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배당절차 개선과 관련해 결산배당은 상법 유권해석 및 표준정관 변경을, 분기배당은 2분기에 자본시장법 개정 발의를 각각 추진할 계획이다. 표준정관 변경이 이뤄진다고 해서 기업들도 정관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표준정관은 ‘권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사항을 실제 적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도 이 같은 우려를 인지한 듯 지난달 배당절차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자료에 포함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까지 제도개선 내용을 상장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각 기업의 실정에 맞는 배당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개선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제도가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