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스티커도 안 뗐어요”…고물가에 ‘명절선물테크’ 뜬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1-18 16:41 수정 2023-01-1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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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계속되는 고물가에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맸습니다. 최근에는 ‘플렉스(flex·재력 과시)’ 대신 ‘짠테크’,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는데요. 설 차례상, 세뱃돈, 각종 선물로 큰 출혈이 예상되는 이번 설에는 명절 선물을 이용한 일명 ‘명절선물테크(명절선물+재테크)’도 활발합니다. 생활비 절약을 넘어 작은 부수입까지 알뜰하게 챙기는 모습입니다.

알뜰살뜰 ‘명절선물테크’ 노리는 시민들

설 연휴를 앞두고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명절선물세트를 판다’는 글이 다수 오르고 있습니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주요 중고거래 사이트에 ‘명절’을 검색하면 ‘명절선물’, ‘명절세트’, ‘명절선물세트’ 키워드가 자동완성되는데요. 플랫폼에 올라오는 품목도 다양합니다. 스팸, 참치캔, 식용유부터 홍삼, 녹용, 한과, 과일, 한우까지 명절 선물이 총 망라 돼 있습니다.

대부분 직장이나 거래처에서 받은 선물을 포장째 판매하고 있는데요. 쓸 데가 마땅치 않은 사람들이 현금화를 위해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처에 보내고 남은 선물을 올린다는 판매자도 있습니다.

판매 가격은 최저 3만 원에서 최고 10만 원가량 합니다. 직장에서 받은 로션 세트를 중고 판매 사이트에 올릴 예정이라는 김모 씨(33)는 “지난번 추석 때 받은 로션도 아직 다 못 썼는데, 또 화장품을 받아서 난감하다”며 “파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선물 세트를 사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합니다. 한 누리꾼은 “아이가 둘이다. 스팸이 많을 수록 좋다”고 했고요. 또 다른 누리꾼은 “선물 살 돈이 너무 부담됐는데, 저렴하게 사서 집으로 보냈다”라고 전했습니다.

▲설(22일)을 나흘 앞둔 18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위)과 ‘중고나라’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명절선물세트(출처=‘당근마켓’, ‘중고나라’ 캡처)
▲설(22일)을 나흘 앞둔 18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위)과 ‘중고나라’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명절선물세트(출처=‘당근마켓’, ‘중고나라’ 캡처)

고물가가 불 댕긴 중고 거래

‘명절선물테크’가 성행하는 데는 고물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물가협회가 5~6일 전국 전통시장 8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요. 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25만4300원이 든다고 합니다. 지난해보다 6% 가량 비싸졌습니다.

스팸, 참치캔 등 설 선물 가격도 껑충 뛰었죠. 한국소비자단체 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생활필수품 (35개 품목)의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12% 올랐습니다.

이런 고물가 상황에 중고거래는 그야말로 ‘절약팁’입니다. 대형 마트에서 햄 선물세트는 3만~8만 원 수준에 판매 중인데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3만 원 상당의 선물세트가 2만5000원 내외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개당 2500~3500원 수준인 참치캔은 중고 거래로 1000~2000원에 살 수 있죠.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서도 고물가 상황을 반영한 실속 선물 세트를 내놓거나 페이백, 할인 이벤트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행사카드’, ‘구매금액 한도’ 등 조건 없이도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선물 세트를 구할 수 있는데요. 이에 많은 이들이 중고거래 플랫폼을 찾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고거래와 리셀(되팔이)이 활발해진 최근의 분위기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 원에서 2020년 20조 원으로 12년간 5배 성장했습니다. 당근마켓이 공개한 ‘2022 연말결산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당근마켓 누적 가입자 수는 32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00만 명 이상이 늘었죠. 중고거래를 활발히 이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명절선물테크’도 떠오르는 겁니다.

▲(왼쪽)새상품임을 적극 홍보 중인 중고 판매 게시글/(오른쪽) 서울 강남의 한 슈퍼마켓에서 판매 중인 설 선물들 (출처=‘당근마켓’ 캡처)
▲(왼쪽)새상품임을 적극 홍보 중인 중고 판매 게시글/(오른쪽) 서울 강남의 한 슈퍼마켓에서 판매 중인 설 선물들 (출처=‘당근마켓’ 캡처)

‘꼼꼼한 정보 기입’이 핵심…홍삼 등 판매 금지 물품 유의

중고거래 사이트에 명절 상품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판매자들도 나름의 판매 전략 구축에 나섰습니다. 가격을 대폭 인하한 판매자가 있는 한편, 신속하고 믿을 수 있는 거래자임을 내세우기도 하죠.

많은 판매자는 신뢰감을 주기 위해 상품의 정보를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사진을 꼼꼼하게 찍어 포장과 내용물에 이상이 없음을 보여주고, 유통기한과 판매처, 기존 판매가격도 설명합니다. ‘새상품’이나 ‘미개봉’이라는 설명을 머리말에 붙여 상품 상태가 좋다는 점을 강조하는 게시글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새 제품임을 강조하기 위해 ‘개봉스티커도 떼지 않았다’, ‘쇼핑백도 드리겠다’라는 문구를 적어놓은 판매 글도 보입니다.

한편 선물 받은 홍삼, 녹용 등을 판매 중인 게시글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들 중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품목은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라 중고 거래를 할 수 없습니다. 이외에도 루테인, 비타민, 콜라겐, 유산균 등 영양제 역시 중고 거래가 금지되어 있죠. 한약, 의약품, 의료기기 등 의약품은 약사법에 따라 인터넷에서 판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약사, 한약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장의 허가를 받은 판매업자만 판매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중고거래 사이트는 이러한 판매금지 물품에 대해 별도 안내를 하고 있어, ‘명절선물테크’에 나서기 전 미리 판매 금지 물품을 살펴봐야 하죠.

구매자도 주의해야 합니다. 구매자를 따로 처벌하는 규정은 없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구매한 홍삼 등을 먹은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나더라도 책임 소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죠. 거래 금지 품목의 경우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구매 후 용량이나 품질에 이상이 있더라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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