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주장하는 노동개혁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노동시간 유연화를 통해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현행 주 최대 52시간을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연장근로 활용방안이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연공급을 직무성과급으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연공급은 비용이 많이 들고 시급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와 임금격차를 크게 만들기 때문에 연공급 적용을 받는 노동자의 임금을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기득권이 되어 버린 노동조합과 타협하기보다 잘못한 것은 없는지 조사하고 법 위반 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개혁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부의 세 가지 개혁이 1%대 경제성장률이 예상되고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빠듯한 생활이 눈에 보이는 2023년에 그렇게 시급한 과제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노동개혁이 성공하면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보통 국민이자 보통 노동자의 생활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실을 보자. 이미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주 52시간 근로가 정착되어 추가 연장근로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근로시간을 연장하면 노동조합이 없어 협상조차 어려운 중소기업의 임금노동자만 더 일하게 될 수 있다. 연공급을 직무성과급으로 바꾸는 문제도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연공급을 받는 공무원과 소수의 공공기관, 대기업 직원의 임금체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임금체계조차 없이 시급으로 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현실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전국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임금체계가 없는 노동자가 68%이다.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역시 필요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아니라 재정을 책임지는 조합원들이 문제 제기하고 노동조합 스스로 해결할 일에 가깝다. 이러한 면에서 정부가 주장하는 노동개혁은 시급성이 크지 않아 보이고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국민 다수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노동계가 정부의 노동정책을 경영계를 대변하는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적 불황이 예상되는 지금, 필요한 노동개혁은 점점 줄어드는 중산층과 반대로 늘어나는 저임금의 국민을 보듬는 따뜻한 정책이다. 상대적으로 고임금 받는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올릴 수 있는 연대임금정책을 유도하고, 근로시간 유연화는 과로사 대책을 충분히 검토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총근로시간을 줄이거나 현행 15일의 연차 유급휴가를 늘리는 방식과 함께 연장근로시간을 조정한다면 상대적 반감이 줄어들 것이다.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무조건 법과 원칙을 앞세워 코너로 몰아세우기보다 노동개혁의 파트너로 삼아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한다. 지금은 거의 식물조직 취급을 받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비록 기업은 노동조합을 부담스러워하지만, 노동조합으로 인해 직원들의 임금과 고용 그리고 복리후생이 개선되는 순기능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노동조합 스스로 지금의 사회적 고립의 원인에 대해 지난 활동을 성찰할 필요는 있다. 정부 역시 반노조 정책을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지렛대로 삼기보다 노동조합을 대화의 주체로 인정해 국가적 과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성공적인 노동개혁은 괜찮은 일자리를 가진 소수의 고임금 노동자나 노동조합의 권리를 기득권으로 치부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를 가진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를 챙기고 이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영화 ‘타짜’의 대사처럼 ‘못난 놈 보내고, 잘난 놈 제치는’ 약육강식의 시장논리는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그렇지 않아도 힘든 서민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