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라는 미국 주도 ‘동맹’에의 참여 권유와 ‘투자유치’를 위한 일정으로 꾸며졌다. 결국 삼성, LG, SK, 현대차그룹 등에서 외국인투자로는 가장 큰 투자유치 성과를 거양하고 환한 웃음과 함께 출국하였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조치에서 한국에 대한 동맹으로서뿐만 아니라 최대 투자국으로서의 고려를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일본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형성한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이번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전미자동차노조(UAW) 가입이라는 조항을 없애는 성과를 거두며 미국 내 생산기업으로서 보조금 수혜 자격을 얻어내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통상은 정보와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로 평가된다. 주요국의 입법과정에 대한 빠른 정보 습득과 행정부뿐만 아니라 의회 관련 인사와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이 효과적인 통상전략 실행을 위한 기본 인프라가 된다는 의미이다. 우리의 경우 정권 교체 시마다 바뀌는 통상 조직과 인적 구성으로 안정되고 조직적인 통상 대응을 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이번 조치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현대차그룹이 테슬라에 이어 미국 시장 2위를 달리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전략에 큰 변화를 요구하게 되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판매 대수 세계 3위를 기록하여 기염을 토하고 있고, 전기차의 경우에도 아이오닉5와 EV6 판매를 통하여 미국 시장에서 9%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워싱턴에 한국은 없었다.” 친환경을 가속화하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도 우리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는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신재생에너지 시대에 큰 역할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미국의 조치가 유럽으로 확산될 경우 “브뤼셀에도 한국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일련의 정책 배경에 ‘중국 따돌리기’가 있다는 게 정설이다. 배터리의 경우 중국이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투자를 통하여 소재광물인 리튬, 코발트 등의 채굴, 가공 전 과정을 장악하고 있고 우리 기업이 대부분의 수입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이 요구하는 요건을 얼마나 충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중국 또한 미국의 배터리 정책에 산화철로 구성된 배터리로 대응할 수 있어 대중국 효과는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우리 기업의 입지만 어려워질 공산이 큰 상황이다.
통상에 있어서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하고, ‘통상의 안보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무력한 우리 통상체제의 개혁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