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침수의 기억

입력 2022-08-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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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이토록 아름다운 하늘에서 어떻게 그 많은 비가 쏟아져 내렸는지 모르겠다. 한밤중 쏟아진 폭우에 어느 지역은 밤새 안녕한 잠을 잤는데 어느 지역은 밀어닥친 물살에 충격과 공포의 밤을 보냈다. 8월 8일, 9일 쏟아져 내린 폭우로 우리 병원이 있는 지역도 수해를 입었다. 월요일 저녁 퇴근할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다음 날 출근해 보니 도로가 온통 흙투성이였고 몇몇 건물들 1층 상가에서 사람들이 가구와 집기들을 내놓고 있었다. 우리 병원이 있는 건물에도 불어난 물이 들이쳐 지하가 침수되고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간신히 전기는 들어와 진료는 볼 수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라 이렇게 비가 많이 온다거나 매서운 추위가 온다거나 하면 대비를 꼭 해놓고 퇴근한다. 그건 큰비나 한파 때문에 몇 번을 고생했기 때문이다. 어느 해인가 며칠째 이어진 영하 10도 이하의 한파로 동파이프가 동파됐던 적이 있다. 아침에 출근해 보니 발목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고 모든 전원이 나가 있었다. 당연히 진료는 고사하고 물을 퍼담고 동파된 파이프를 찾기 위해 의심되는 바닥을 부수고 난리가 아니었다. 불 꺼지고 물이 차오른 병원을 보고 환자들은 말없이 되돌아가셨다. 한참 물을 쓸어 담고 있는데 대기실 저쪽 소파에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셨다. “어머니, 오늘은 진료를 못 하겠어요.” 그런데 어두워서 못 봤는데 자세히 보니 쓰레받기로 물을 담아 대야에 담고 계셨다. 병원 단골인 분이셨는데 진료를 보러 오셨다가 병원 사정을 보고 그냥 가시기 뭐해서 좀 돕다가 가겠다고 하셨다. 무릎도 안 좋으시니 안 그러셔도 된다고 감사하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한참을 돕다가 가셨다. 너무 힘든 하루였지만 마음 한편 도와주신 분들 때문에 뭉클한 날이기도 했다.

이번 폭우로 우리 건물 지하도 침수됐다. 지하 노래방 사장님도 가구며 집기들을 다 내놓고 망연자실하셨다. 진료를 마치고 아래 지하에 내려가 보았다. 물은 다 빠졌지만, 진흙이 바닥과 벽에 그대로였고 앞으로 어떻게 복구하나 깜깜했다. 도와드리지도 못하고 죄송하다고 하며 힘내시라고 마음을 담은 봉투를 전해드렸다. 어서 복구되어 일상을 되찾으시길 기원해 본다.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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