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워라밸 대통령

입력 2022-08-22 05:00 수정 2022-09-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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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선서문이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막중하다. 50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모여 사는 반도 국가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사회에서 여러 갈등들이 빚어지고, 지정학적 위치와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도 끊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이를 모두 ‘자기일’로 여겨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한 사람이 짊어지기엔 분명 버겁다.

하지만 그 고단함을 이유로 책무를 게을리 하기에는 국민들의 표에서 나오는 막강한 권력을 부여받았다. 대통령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챙기는 직장인이 돼선 안 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러나 취임 100일이 채 되지 않아 ‘남일’ 대하듯 ‘칼퇴근’과 ‘온전한 휴가’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달 6일 전국에 장마가 2주째 이어져 피해가 속출하던 때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 청사 출근길에 “장마가 오려는지 날이 많이 습합니다”라고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6월 29~30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다녀온 윤 대통령에게 국내 수해는 대수롭지 않게 언급할 ‘남일’이었던가.

지난 4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했다. 한미동맹을 거듭 거듭 강조해온 윤 대통령이었지만 휴가를 즐기고 있다는 이유로 만나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이 접견을 요청했던 2주 전에 일찌감치 거부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해명’이다. 윤 대통령은 ‘평범한 휴가’답게 그 전날인 3일 밤에는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하고 출연배우들과 뒤풀이 자리도 즐겼다.

서울이 물에 잠겼던 지난 8일 윤 대통령은 침수되는 광경을 보면서 퇴근길에 나섰다. 업무복귀 첫날이라 ‘휴가 후유증’에 시달렸었을까, 윤 대통령은 사저 밖을 나오지 않고 ‘재택 지시’를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하벙커 수준”이라는 사저에서 말이다. 그동안 신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는 발달장애인 가족이 침수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이튿날 참사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의 한 마디. “제가 퇴근하면서 보니 다른 아파트들이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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