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전년말 대비 1718억 달러 늘어난 6397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은이 지난 1994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규모다.
연간 증가폭 기준으로는 2018년 1745억 달러 증가에 이어서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이 최대 규모를 기록한 건 대외금융자산 증가폭이 대외금융부채 증가폭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외국에 갚아야 할 돈보다 받을 돈이 더 많이 늘었단 얘기다.
작년말 대외금융자산은 거주자의 증권투자 잔액 증가로 전년말 대비 1982억 달러 증가한 2조16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을 뜻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해외주식 비중을 늘리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지역 주가가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직접투자는 지분투자(+424억달러)를 중심으로 전년말 대비 506억 달러 늘었다. 증권투자는 지분증권 투자 확대 및 미국주가 상승 등으로 1270억 달러 증가했다. 중앙은행의 준비자산인 외화보유액은 200억 달러 늘었다.
유복근 한은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거주자들의 해외 지분증권 투자 증가가 대외금융자산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여기에 미국 주가 상승 등 비거래요인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다우존스는 18,7% 나스닥은 21.4% 상승했다.
대외금융부채는 비거주자의 증권투자 및 기타투자 증가로 1조5231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말 대비 264억 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인 지분투자(-84억 달러)를 중심으로 직접투자가 전년말 대비 17억 달러 감소한 영향이 컸다. 반면 증권투자는 외국인의 부채성증권(채권) 투자 확대로 같은 기간 162억 달러 증가했다.
유복근 한은 팀장은 “외국인의 채권 투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분증권 즉 주식 투자가 감소했다”며 “지난해 코스피는 3.6% 소폭 상승한 반면, 미 달러화 대비 원하 가치는 8.2% 하락한 것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대외채권과 대외채무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대외채무는 6285억 달러로 전년 말보다 836억 달러 불었다. 외국인의 장기 외채(+767억 달러)가 크게 늘어난 게 주 요인이다. 장기 외채 증가는 일반정부의 부채성증권(+234억 원)이 주도했다. 일반정부의 부채성증권은 주로 국고채를 의미한다.
같은 기간 대외채권도 502억 달러 증가한 1조 779억 달러를 기록했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4494억 달러로 334억 달러 감소했다.
유복근 팀장은 “순대외채권 감소는 우리나라의 장기 부채성증권(계약기준 만기 1년 초과)에 대한 외국인 투자 증가에 주로 기인한다”며 “대외신인도 및 외채 건전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대외채무 가운데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외채비중은 26.4%로 전년말 대비 2.8%포인트 하락했다. 우리나라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의 비율(35.9%)은 0.1%포인트 소폭 줄었다.